우리 민족이 남과 북으로 갈라져 살게 된 지 반 세기가 지났다. 역사에서 50년은 그리 긴 동안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음성 자료를 통해 1950년대의 서울말과 현재의 서울말을 비교해 보면 말소리와 운율 체계, 어휘 등에서 꽤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을 알 수 있다. 하물며 50년동안 서로 언어 교류를 하지 못한 남한과 북한의 언어는 어떻겠는가.
서울말의 변천이 시간에 따른 점진적인 언어 변화의 결과라면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남북한 언어 차이는 분단으로 인한 공간적 분리, 시간의 흐름, 체제의 차이, 언어 정책 등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남북의 언어 차이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라는 현실로 드러난다. 탈북 주민들은 ‘콤플렉스’나 ‘공천(公薦)’과 같은 남한의 외래어, 한자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 남한 사람들은 ‘선군정치, 원쑤’같은 정치적 단어나 ‘곰열, 손기척, 살결물’ 등의 다듬은 말을 낯설게 느낀다.
그러면 이러한 남북한 언어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것일까. 우리에게 시간은 불가항력적인 요소이고, 체제의 차이 역시 당장 해결 방법을 찾기는 요원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꾸준한 교류를 통해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과 언어 정책의 차이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압축된다.
실제로 남북한 언어학자들은 학술적으로 꾸준한 교류를 계속하고 있으며 언어 정책 부문에서는 어문 규범을 통합하기 위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의 예를 들면, 2001년 베이징에서는 남한의 국어 순화와 북한의 말다듬기 사업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자료집을 펴냈으며, 2003년부터는 남북한 전체를 대상으로 방언 조사 사업을 벌여나갈 것을 합의하였다. 또 남북한의 어문 규범 통합을 염두에 두고 국어순화 자료, 말뭉치 자료, 방언 자료, 어문 규범 자료 등을 활발히 교환하고 있다.
광복 60주년을 맞는 올해, 남북한 언어 차이를 넘어 우리 민족어의 장래와 관련하여 주목할 일이 있으니 바로 겨레말큰사전의 편찬이다. 이 사전의 편찬은 고 김일성 주석과 문익환 목사의 합의에 뿌리를 둔 것인데, 2005년 2월에 이 사전의 편찬을 위한 공동편찬위원회가 결성되었으며 올 8월에는 사전 편찬요강이 확정된 상태이다. 이 사전은 남북한 공통어휘를 중심으로 30만 어휘 규모로 편찬되는데 종이사전 외에 전자사전으로도 출간될 예정으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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