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사용하는 글자를 코드라고 한다. 한국이나 북한이나 한글을 컴퓨터에서 표현하려면 한글 코드를 사용하여야 한다. 한글 코드에는 자판 코드로 불리는 입력 코드, 컴퓨터 내부에서 사용되는 처리코드, 모니터나 프린터에 사용되는 출력 코드가 있다. 출력 코드에는 인쇄산업과 출판산업에 주로 사용되는 활자용 코드(폰트 코드)와 정보교환용 코드가 있다.
▲ 한국과 북한의 한글 코드
국제표준기구(ISO)의 기준에 따른 한글 코드에는 ISO-2022 규격에 맞춘 KSC5601-87 규격과 KSC5601-92 규격이 있다. KSC5601-87은 완성형 코드로 한글 완성자 2350자를 표현할 수 있으며, KSC5601-92는 조합형 코드로 한글 1만 1172자를 표현할 수 있다. ISO-10646 규격에 맞춘 한글 코드는 KSC5700-95 규격이 있는데, 한글 1만 1172자를 표현할 수 있고, 240개의 자소에다 코드를 부여하여 옛 한글까지 표현할 수 있다.
입력 코드는 컴퓨터 자판의 글쇠(키)에 따라 부여되는데, 이때 한글 자음과 모음의 배열 순서에 따라서 컴퓨터 중앙처리장치로 입력된 입력 코드가 처리 코드로 변환되는 방식이 다르게 된다. 남과 북의 컴퓨터 자판 배열이 다른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자음과 모음의 배열 순서가 다르므로, 같은 한글이라도 한국과 북한과 조선족의 한글 처리 코드 방식이 다를 수 밖에 없게 된다.
한국은 자음의 배열 순서를 ‘ㄱ ㄲ ㄴ ㄷ ㄸ ㄹ ㅁ ㅂ ㅃ ㅅ ㅆ ㅇ ㅈ ㅉ ㅊ ㅋ ㅌ ㅍ ㅎ’으로 하나, 북한은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받침) ㅈ ㅊ ㅋ ㅌ ㅍ ㅎ ㅇ(초성) ㄲ ㄸ ㅃ ㅆ ㅉ’으로 배열하고, 중국의 조선족은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받침) ㅈ ㅊ ㅋ ㅌ ㅍ ㅎ ㄲ ㄸ ㅃ ㅆ ㅉ ㅇ(초성)’ 의 순서로 배열하고 있다. 쌍자음의 배열 순서와 초성의 ㅇ과 받침의 ㅇ을 구분하여 배열하는 것이 서로 다르다.
모음의 배열은 한국이 ‘ㅏ ㅐ ㅑ ㅒ ㅓ ㅔ ㅕ ㅖ ㅗ ㅘ ㅙ ㅚ ㅛ ㅜ ㅝ ㅞ ㅟ ㅠ ㅡ ㅢ ㅣ’의 순서이고, 북한과 중국은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ㅐ ㅒ ㅔ ㅖ ㅚ ㅟ ㅢ ㅘ ㅝ ㅙ ㅞ’의 순서이다.
1996년 8월에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옌지)에서 열렸던 ‘96 코리안 컴퓨터처리 국제학술대회에서 한국, 북한, 중국의 조선족 학자들이 합의한 우리 글자 배열 순서에 따르면 자음은 ㄱ,ㄱㅅ,ㄴ,ㄴㅈ,ㄴㅎ,ㄷ,ㄹ,ㄹㄱ,ㄹㅁ, ㄹㅂ, ㄹㅅ, ㄹㅌ, ㄹㅍ, ㄹㅎ, ㅁ, ㅂ, ㅂㅅ,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ㄲ, ㄸ, ㅃ, ㅆ, ㅉ의 순서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꽁치가 참치 뒤로 가게 된다. 모음의 배열 순서도 바뀌었다.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다음에 ‘ㅐ, ㅒ, ㅔ, ㅖ, ㅘ, ㅙ, ㅚ, ㅝ, ㅞ, ㅟ, ㅢ’가 온다. ‘아’ 뒤에 오던 ‘애’가 ‘이’의 뒤로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합의안의 강제성이 없어 9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글 음절은 한글 출력 코드에 의해 글꼴 모양이 결정된다. 또, 이 한글 출력 코드는 한글 처리 코드에 의해 제한되므로 한글 출력 코드와 한글 처리 코드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글 활자(폰트)에 관하여 2005년 8월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다국어정보처리학회(ICMIP_2005)에서 만난 북측의 양성진 실장과 한글 조합 알고리즘에 대하여 논의한 바 있으며, 고품위 한글 글꼴 조합을 위하여는 오정금조합형(1858자소)이 적당하다는 결론에 접근하였다.
▲ 남과 북의 한글 용어 표기 통일
1996년 연변 국제학술회의에서 남과 북은 컴퓨터 용어를 우선 통일하기로 합의하고, 컴퓨터 용어 중 디스크는 저장판, 컴퓨터는 전자계산기와 컴퓨터 복수 표준, 하드웨어는 기계장치, 소프트웨어는 프로그램 기술 등 대부분의 컴퓨터 용어를 표준화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그 결과물로 남과 북이 공동으로 컴퓨터 용어 사전을 출판한바 있다. 단 두음법칙(롱구/농구, 리발/이발 등)은 남과 북이 각기 사용하는 것을 허용키로 한 것이 아쉽다.
2005년 하얼빈 학술회의(ICMIP_2005)에서는 한국과 북한 주민에게 영향력이 큰 베이징 올림픽 중계 방송 때부터 남과 북이 통일된 체육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추진키로 하여 문지기(골키퍼), 구석차기(코너킥), 반칙(파울) 등 기존 남측에서 발행된 체육 용어 사전에 기록된 용어와 북측에서 사용하는 체육 용어를 비교 분석하고 토론하였다. 그러나 민족통일의 초석인 국어대사전은 ‘겨레말 큰사전’이란 명칭으로 남측과 북측의 정부가 주도하는 것으로 넘기기로 하고, 본 하얼빈 학술회의에서는 기존의 컴퓨터 용어와 체육 용어에 한정하여 용어 통일 작업을 계속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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