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신문은 오는 9일 한글날을 맞아 남·북한 언어 차이의 실태와 그 심각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에 더해 이러한 현상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해결책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도 함께 짚어 보았다. 편집자

남북한 말의 차이는 의사소통에 지장이 있을 만큼 큰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북쪽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본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는 사실이다. 국립국어원은 최근 매년 북한 학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리고 서로 차이가 별로 없다는 것에 대해서 북쪽 사람들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인위적인 산물로서의 체제 차이로 서울 ‘표준어’와 북한 ‘문화어’ 사이에는 체제적 요인만큼의 차이가 있다. 여기에서는 북한 체제로 말미암아 말이 달라진 원인을 우리의 입장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 언어관의 차이
언어를 보는 관점은 언어 도구관, 언어사상 일체관, 언어사상 형성관의 세 가지가 있다. 언어 도구관은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라는 것이고, 언어사상 일체관은 언어가 의미를 낳고 의미가 사고의 모습을 이룬다는 견해이다. 언어사상 형성관은 사고가 언어에서 형성된다는 견해이다. 이 가운데에서 유물론적 언어관으로서의 언어 도구관은 언어는 편의적인 도구인데 북한의 경우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혁명과 건설의 강력한 무기이다’.(현대조선말사전(1968), 조선문화어사전(1973)) 북한 방송언어가 감정의 기복이 심한 것은 언어라는 도구를 작위적으로 조작하기 때문이다. 잦은 어문 규범 개정과 지나친 말다듬기(스포츠 용어에서는 원어 회귀 경향)에 따른 남북 언어 차이는 북한의 언어 도구관과 관련이 있다.
▲ 사회제도의 차이
남북한은 1945년 이후 60년을 체제를 달리하여 살아왔다. 북한에서는 그쪽 사회 구조와 가치관에 맞는 어휘가 생겨났고 의미가 생겨났다. ‘세포’, ‘어버이’, ‘종자’가 북한에서 각각 ‘당의 기본 조직’, ‘김일성 주석을 가리키는 말’, ‘문예 작품의 사상적 알맹이’라는 뜻을 갖는 것은 원뜻에 그쪽 체제에 맞게 의미가 덧붙은 결과이다. 그런가 하면 ‘가두녀성’(직업 없는 전업 주부), ‘가정혁명화’(가정을 혁명가 집단으로 만듦), ‘동요분자’(사상이나 입장이 확고하지 못하여 흔들리는 사람), ‘륙륙날개탕’(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때의 메추리 요리), ‘평양속도’(평양시를 건설하는 데서 창조된 빠른 건설 속도) 등은 남한에 없는 어휘로서 북한의 특수 체제가 만들어낸 어휘이다. 한편, ‘경조사, 고액 과외, 공공요금, 달동네, 비자금, 새내기, 연봉, 자판기, 주말농장, 특차모집, 효도관광, 개런티, 노하우, 마케팅, 베겐 세일, 베스트셀러, 카풀, 코스닥, 팁’ 등은 남한 체제의 산물로 북한에서는 알아듣기 어려운 말이다.
▲ 어문 규범의 차이
북한에서의 언어는 도구이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자주 개조할 수가 있다. 우리는 1933년의 어문 규범을 대체로 그대로 지켜오다가 1988년에 개정하는 등 어문 규범 개정을 신중히 처리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북한은 ‘조선어신철자법’(1948), ‘조선어철자법’(1954), ‘조선말규정집’(1966), ‘조선말 새규정집’(1987) 등 규범을 여러 차례 바꾸었다. 남북에서 문어의 표기가 달라지게 된 것은 1948년의 ‘조선어철자법’부터이다. 여기에서 이미 두음법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되어’는 ‘되여’, ‘개어’는 ‘개여’로 바뀌었다. 오늘날에는 어문 규범에서 사전의 자모 배열 순서, 두음법칙의 적용 여부(노인:로인, 이발:리발), 사이시옷의 표기 여부(냇가:내가, 뱃길:배길) 등 맞춤법 부문과 띄어쓰기(두 개:두개, 먹는 것:먹는것), 문장 부호 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어문 규범의 차이는 특히 문어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요소로 작용한다.
국립국어원은 앞으로 북한의 언어학연구소를 상대로 일부 훼손된 민족어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데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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