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 동국대학교 학생여러분들은 각 학과 교수님들께서 어떻게 연구과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연구를 진행하시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연구의 시작은 관심이랍니다. 관심분야에 대해 다른 학자들이 어떤 연구를 해왔었는지 논문을 찾아보게 되는데, 얼마나 다양한 논문을 읽었느냐에 따라 연구계획의 수립, 실험의 수행, 그리고 결과의 해석이 달라진답니다. 문제는 그 관심이 처음 어떻게 생겨나는가 입니다. 물론 교수님마다 다르겠지만, 제 사적인 견해로는 여러분들이 학교생활을 하며 친구를 사귀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유난히 눈에 자주 띄는 친구가 있고, 그와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다 보면 마음이 통하게 되어 친구가 되지요. 교우관계가 처음 ‘만남과 대화’로 시작되듯이 연구도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만남’으로써 시작됩니다.
물론 때로는 재미없는 ‘공부라는 행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웃고 이야기하는 과정 속에서도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가 생겨나기도 합니다. 단, 술잔을 기울이는 두 사람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며 동일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전제조건 하에서죠.
사람은 생각하는 것만큼 행동할 수 있습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어릴 때 모든 사물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고, 다양한 책을 보면서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오지 않았나요? 하지만, 누구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며, 영어와 수학이외에는 문외한이 되더니, 진리의 상아탑(象牙塔 ; Ivory Tower)이라고 하는 대학에 와서는 그저 현실(?)이라는 명분하에 시험, 학점, 취직이라는 삭막한 단어들 속에 묻혀 정작 미래에 대한 꿈을 잃지는 않았는지요.
상아탑이란 말은 19세기 프랑스 비평가인 생트 뵈브가 시인 알프레드 비니의 시가 너무 관념적이고 비현실적인 것을 비판하면서 상아탑이라는 말을 썼다고 하여 ‘속세를 떠난 현실 도피적인 학구 태도’란 부정적인 의미를 포함하기도 하지만, ‘인간사의 모든 정치·사회적인 문제로부터 분리된 최고 지성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곳’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시절 한 젊은 스님께서 ‘부처가 더 이상 산속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하셨던 말이 생각나는데요, 이 말을 달리 새겨보면 학문이 더 이상 일부 지식인들의 전유물이 아닌, 현실을 바탕으로 보다 창의적인 기능을 해야 한다는 뜻과 같지 않을까요?
노벨상을 수상한 한 과학자가 ‘창의력이라고 하는 것은 그저 잘 정리된 서류철 중 어느 하나가 불현듯 눈에 띄어 그 가치를 알아보는 데 있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각고의 노력으로 정리해 두었는가에 달려있겠죠.
우리 동국대학교 제자…. 아니, 후배님들…. 현실에 너무 얽매이다 보면 꿈을 잃는 수가 있습니다. 중요한건 지금까지가 아니라 지금부터입니다. 기지개 쫙 펴시고 파란 가을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세요. 우리 동국인의 슬로건이 ‘Do Dream’ 아닙니까!

조 준 형
생명자원과학대학 식물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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