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광주 모 대학 건축토목학과의 신입생환영회 겸 이뤄진 MT 도중, 2학년 선배 2명이 1학년 신입생을 폭행해 뇌사상태에 빠지게 했다. 이 학생은 결국 다음날 숨지고 말았다. 고된 입시에서 빠져나와 자유를 얻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삶의 자유’를 잃은 셈이다. 2학년 선배들이 이 신입생을 폭행한 이유는 “군기가 빠져 꾸물댄다”는 것이었다.
‘군기(軍紀)’는 한마디로 ‘군대의 기강’을 말한다. 오늘날에는 군대에서도 구타 등 가혹행위에 있어서 엄중한 제재를 가해 비폭력적인 군기를 잡아가는 실정이다. 그런데 대학이라는 학문의 상아탑에서 ‘군기를 잡기 위해서’ 폭력을 정당화하고 그로 인해 인명을 잃은 것이다. 이 시점에서 ‘군기’라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군기’를 잡기 위해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을 교육하는 일은 비단 남의 일만이 아니다.
우리학교 경찰행정학과의 경우, 엄격한 선·후배 관계와 고된 운동훈련으로 학과에 적응하지 못해 학과 학생들에게 내려지는 ‘기수’를 부여받기를 포기한 신입생이 올해 이미 10명 이상이다. 입학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신입생이 학교에 전과를 알아본 일도 있다고 한다.
또한 학교 여기저기에서 큰 소리로 학과와 기수, 이름을 대며 인사하는 연극학과 학생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천동준(광고홍보4) 군은 “학과의 특성이라는 점에서 이해는 하지만, 그 장면을 보는 타학과 학생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한다”며 부정적인 시선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런 ‘군기’ 잡는 활동 후 오히려 학과 학생들 사이의 결속이 더욱 강해진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체육교육학과의 경우 학생들이 입학하고 첫 3주간은 신입생 교육기간이라고 한다. 이때 배우게 되는 ‘예의’는 위계질서라기보다 선·후배의 존재감과 각각의 역할이다. 셋째 주에 이뤄지는 신입생 대면식에서 신입생들과 선배들은 남산을 함께 뛰며 우애를 다진다고 한다. “선배가 되고, 졸업을 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때가 바로 이 신입생 교육 때”라고 학생들은 말한다.
이와 관련해 유송근 체육교육학과 학생회장은 “어느 대학의 어느 학과를 보아도, 우리 학과만큼 선·후배간, 동기간 서로를 잘 이해하는 학과는 없을 것”이라며 학과에 대한 자긍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물론 학과의 특성을 살리고, 그에 따라 학생들 사이의 결속을 다지는 일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인명사고 등 폭력이 자행되거나, 학생이 학과에서 낙오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특히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인 인습(因習)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는 시대착오적인 군사문화 대신에 학풍의 수립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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