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역사의 흔적을 규명하고 이를 바로 세워 나가야 할 주체는 다름 아닌 대학 사회이다. 하지만 광복 60주년을 맞아 불어 닥친 대학 내 친일파 청산의 움직임은 점차 그 힘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실상 한승조 고려대 명예교수의 망언을 시작으로 각 대학에서 불기 시작한 대학 내 친일파 동상 철거, 친일 인물 규명 시위 등 친일파 청산의 움직임이 잠잠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 내 의식 있는 학생들의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한 움직임은 다양한 형태로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확대 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경기대 법학과 학생들은 지난 8일 ‘친일파 잔재의 청산과 친일파 후손의 토지반환 소송’을 주제로 모의법정을 개최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대 법학과 임홍 양은 “매년 당시 화제가 되고 있는 주제로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데 이번 해는 어느 때보다도 친일파와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주제를 정하게 됐다”며 친일파 청산과 관련한 학생들의 많은 관심을 유도했다.
서울대 역시 올해 초 뜻있는 학생들이 힘을 모아 ‘친일잔재청산위원회’를 조직하고 현재까지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에 있다. 이번에 구성된 서울대 내 친일파청산위원회는 독도 영유권 문제, 서울대 미대 김민수 교수의 친일파 비판에 따른 교수직 해임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친일파청산위원회의 최유진 위원장은 “다양한 학문에서 친일파의 잔재가 남아 있다. 학문적 논의와 함께 동상 철거 등의 물리적 노력이 결합돼 학생들이 주축으로 이를 알려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학생회 선거에서 후보로 출마하기도 한 그는 “위원회의 힘만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데에는 무리가 따라 그동안 기자회견, 홍보물 배포 등에만 그쳤다. 하지만 학생회 활동을 하게 된다면 전체 학생들의 힘을 모아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초 대학 내 친일파 청산과 관련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연세대의 친일파 청산을 주도했던 박이정엽 민노당 학생위원 역시 현재 이와 관련한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활동 중에 있는 민노당 학생위원회는 올해 초부터 과거사 청산, 친일잔재 청산과 관련한 집회 등을 진행해 왔다. 이에 대해 박이정엽 군은 “학생들의 관심 부족으로 활동을 펼치는 데 어려움이 따르며 일부 학생들만의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홍보물이나 기자회견, 친일파 명단 공개 등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의 활동 역시 전체 대학 사회의 관심 부족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식 있는 학생들의 ‘고요 속 외침’이 계속된다면 대학 사회의 친일파 잔재 청산의 날은 그리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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