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공학과 이광근 교수

이광근 교수(식품공학)
최근 필자의 실험실에서 연구한 복분자주 관련 연구결과가 통칭 회자되는 국제과학인용색인(SCI: Science Citation Index) 저널에 출판되었다. 또한 이 사실이 국내주요일간지에 보도됨으로써 국내 여러 기업 및 공공기관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여기서 관심을 끈 대목은 연구의 내용적인 면 보다는 국내 복분자주 관련 연구가 최초로 해외에서 발행되는 SCI 논문에 발간되었다는 사실이 약간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많은 신문독자들은 오랜 역사를 가진 국내 토종 복분자주가 많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홍보해 오면서 어떻게 국제적 논문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았냐며 의문을 표시하였다.

논문발간의 시행착오

본 연구는 벌써 4년 전에 농림기술연구과제로 채택되어 연구비 지원을 받았고 그 이후 고창의 한 복분자주 업체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 업체의 주요 임원은 본 학과 졸업생이었다. 당시 필자도 복분자주를 국제화시킨다고 하면서 국제논문에 한 번도 소개가 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내심 놀랐다.

우선 보다 심도있는 연구를 위해 본교 생명과학과의 성정석 교수를 찾아 공동연구를 제안하였다. 흔쾌히 공동연구를 수락한 성 교수팀과 함께 실험을 착수하였다. 복분자주의 항산화기능은 필자의 실험실에서, 항암기능은 성 교수 실험실에서 각각 실험하였다. 결과는 매우 고무적으로 나왔다. 비교 대상인 적포도주 4종과 비교할 때 결코 낮지 않은 항산화기능과 항암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만반의 준비를 끝낸 후 첫 번째 국제저널에 투고하였다. 하지만 투고한지 1주일만에 ‘편집장의 결정’이란 제목의 편지에서 너무 지엽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어 자기네 학술지에 출판할 수가 없다고 하였다. 약간의 보완을 거쳐 2번째 학술지의 문을 두드렸다. 이번에는 정식심사가 진행되어 2개월만에 심사결과가 나왔는데 이 또한 ‘채택불가’로 판정되었다. 심사자 2인이 공히 국지적 소재로는 학술지에 채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 대목에서는 매우 화가 났다. 그제야 국내 연구자들이 왜 토종 식품소재를 이용한 국제논문 출판이 어려운지 실감할 수 있었다.

필자는 이렇게 복분자주의 연구내용이 저항을 불러일으킨 것은 국지적 소재라는 표면적인 이유보다는 와인과 비교 실험되어있어 서구 선진국 학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 주요 원인으로 판단되었다. 사실 서구의 와인은 수천 년의 역사와 더불어 다양한 연구결과가 수천 아니 수만 편 출판된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여기서 굴복하면 미래의 연구자들이 더 어려움을 겪을 것 같아 단단히 정신을 차리고 다시 시작했다. 

노력끝에 얻은 결실

마지막으로 투고한 저널은 ‘식품농업과학저널(Journal of the Science on Food and Agriculture)이라는 미국에서 발행되는 학술지였다. 투고 후 1달이 지난 시점에서 편집자로부터 보충실험을 하라는 편지를 받았다. 보충실험이라? 이건 거의 ‘부결’이나 마찬가지 판정으로 학계에서는 통상 보고 있다. 하지만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필자는 보충실험을 3개월에 걸쳐 시행하고 논문을 재송부하였다.

그 후 약 3개월이 지나 2인의 심사자로부터 2페이지가 넘는 수정의견을 받았고 그 답변서만 4페이지가 넘는 필자의 의견과 수정본을 보내 작년 여름 채택확정 통보를 받았다. 그 통보를 받기 까지 약 2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마지막으로 올해 3월 논문이 출판되었다.

감격, 그리고 다짐

약간은 감격스러웠고 약간은 좀 서러웠다. 많은 선배 연구자들이 이러한 어려움을 뚫고 그들의 연구를 국제화시켰구나 하는 경외심도 들었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구호가 실현하기에는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실감하였다. 또한 근래 교수평가의 주 지표인 국제저명논문 출판이 이렇게 어렵다는 사실을 독자들은 이해하기 바란다.

이제 복분자주 연구에 관한한 국제화의 조그만 물꼬를 틀었다고 생각된다. 그 조그마한 물길에 큰 물을 대는 것은 미래 과학자들의 몫일 것이다. 공동연구자인 성교수와 필자는 어제도 저녁을 같이 먹으며 국제화할 또 하나의 주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이번엔 잘 될까?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