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찬익(국문83) 동문, 봉은사 종무실장

최근 20년을 넘게 피우던 담배를 끊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내 안에 피어오르는 니코틴에 대한 욕구를 아직은 찬찬히 살피고 있는 중이다.

욕망은 항상 단순하고 이유가 없다. 이 사소하고 단순한 욕구는 술을 마실 때나 혼자 차를 운전할 때, 그리고 평상시보다 조금이라도 농도 진하게 머리를 쓸 일이 있을 때마다 스멀스멀 그 집요한 활동을 시작하지만, 더도 덜도 아닌 딱 5분만 참고 넘어가면 말끔히 싹 사라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5분 동안의 긴장된 관찰 기간을 고통스럽게 감내하고 나면, 수십 번 갈팡질팡 하며 겪어냈던 그 팽팽하게 가슴 짓누르던 5분의 무게가 물방울처럼, 그리고 신기루처럼 온데간데 없어진다.

요즘 두 가지 리스트가 사회지도층이랄 수 있는 정관계와 언론계, 법조계 등의 구체적인 사람이름과 함께 봄바람을 타고 돌아다니고 있다. 하나는 물욕리스트고 하나는 성욕리스트라는 우스개 소리도 따른다. 이미 검찰에 소환된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소문만으로도 고개를 들고 다니기 힘들어야 할 사람들이 십 수 명이다.

이 사람들도 결국 단순하고 이유가 없는, 아주 친숙하고 사소한 욕구로부터 지금 고개들지 못할 상황까지 다다른 거라고 짐작된다.

문제는 욕심이다. 한때 업무혁신을 소리 높여 얘기하던 사람들이 모든 행정 용어 뒤에 ‘관리’를 붙여 인사관리, 생산관리, 리스크 관리, 혁신관리 식의 용어를 만들었었다. 진정한 혁신이자 리스크 관리는 개인과 집단의 관리되지 못하는 욕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해마다 연초에 마음을 다잡고 아이들 앞에 약속하고 벽에다 써 붙이고, 마침내 사회 전체가 나서 금연건물이다, 뭐다 요란을 떨면서 ‘금연! 금연!’하듯이 개인과 집단의 욕심과 욕구를 관리하는 ‘욕망 관리’가 사회적으로 절실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다.

‘욕망을 관리하는 것.’ 조심스럽지만 절집에서 밥먹고 사는 입장에서 볼 때는 그게 바로 수행이요, 깨달음에 이르는 길인 것 같다. 작고 사소한 문제인 ‘금연’도 계속 살피고 관리해도 쉽지 않은 질긴 욕망이다. 나아가 사회 전체에 만연한 이 거대한 물욕과 성욕의 덩어리들은 누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한 번 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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