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케이 신문 사쿠라이 노리오 기자ㆍ법학과,북한학과 청강생

나는 일본 산케이 신문사 기자다. 연수차 한국으로 파견되어 이번 학기부터 1년간 동국대학교 법학과와 북한학과에 다니게 됐다.

대학원을 수료한지 9년이 지나고서, 생각지도 못했던 학교생활을 다시 시작하게 되니 하루하루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역시 일본과 한국은 다르다. 그런 차이에 종종 놀라기도 한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제작과정이 닮았으면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어 흥미롭다. 나는 사회부 소속이다. 사회부는 주로 매일매일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를 취급하는데, 각 신문사마다 특종취재열기가 치열한 부서이기도 하다.

일본의 일간지에서는 사건 사고를 취급하는 ‘사회면’이 신문을 뒤에서 펼쳤을 때 최초의 몇 페이지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뉴스는 1면에서 3면까지도 게재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구독하기 시작한 신문을 펼치면 사건 사고를 게재하는 페이지는 4~5면 정도다. 주로 정치면이 1면을 장식한다.

텔레비전에서는 연일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했던 여배우의 자살과 접대강요 의혹을 둘러싼 보도가 경쟁적으로 흘러나온다. 그러나 신문에서는 그다지 눈에 띄게 취급하지 않는 것 같다.

사건으로 체포된 용의자에 대해 경찰서에서 기자와 카메라맨이 둘러싸고 인터뷰하는 광경도 놀랍다. 일본에서는 기자가 체포된 용의자와 접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할 수 없다면 일본에서는 어떻게 용의자의 해명을 보도할까? 그것은 기자가 아침저녁으로 대기하고 있다가 귀가하거나 출근하는 경찰관에게 용의자의 공술을 간접적으로 탐문하는 것이다. 

“요우치 아사가케(夜討ち、朝?け: 취재기자가 정보를 얻고자 한밤중이나 새벽에 상대편 집을 방문하는 일)라고 해서 기자에게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할뿐더러, 용의자에게 직접 캐내는 것에 비해 어떻게든 경찰관의 생각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만큼 경찰관의 주관이 많이 들어간다.

강호순의 얼굴공개를 둘러싼 논의는 일본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의 경우 흉악사건의 용의자 얼굴 공개는 청소년인 경우를 제외하곤 주저가 없기 때문이다.

객관보도와 인권의 배려에서 한일보도의 양상을 비교해 보면 어쩌면 한국이 인간존중에서는 낫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과 일본은 닮았으면서도 다소 다르다. 남은 수학기간도 한일간의 차이점을 느끼고 배우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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