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핵우산을 거두어주소서!


통계의 출처마다 다르긴 하지만 미국이 1만여 기, 러시아가 2만여 기, 기타 국가들이 1천여 기 등 대략 3만 1천여 기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온갖 물질들을 가지고 갖가지 좋은 일에 쓰기도 바쁜데 하필이면 사람을 죽이고 건물을 파괴하는 폭탄을 어쩌자고 그리도 많이 만들었단 말인가. 온 세상을 일순간에 잿더미를 만들 수 있는 어마어마한 핵폭탄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도 핵우산(nuclear umbrella)을 썼으니 안전하단다.
그러고도 우리는 날마다 편안한 잠을 자고 있으니 어리석음을 지나쳐 어이가 없는 일이다.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있어도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위태로움을 느끼지 못함과 같다. 차라리 모르는 채 살면 마음은 편할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도 지혜의 눈으로 볼 때 결코 행복하고 안전한 삶일 수 없다.
부처님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그 양과 질에 차별이 없는데, 같은 비를 맞고도 산천의 초목과 약초들은 그 종류와 성향에 따라 제각기 다르게 자란다”고 법화경 약초유품에서 설하셨다.
또한 신라의 의상스님은 진리의 성품과 부처님의 자비에 대하여 “부처님께서 자비의 구름을 세상에 드리우고 감로의 비를 허공에 가득하게 내리시는데, 중생들은 저마다 근기에 따라 제 양껏 받아 마심으로써 저마다 이익을 다르게 얻는다”고 법성게(法性偈)에서 설파하였다.
추석 연휴 직후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여 우리나라와 주변국들뿐만 아니라 온 세계가 들썩거린다.
허공 가득한 비를 남북이 함께 맞으면서도 어찌도 그렇게 다른 근기(根機)인가. 산술적으로 보자면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핵탄두에 북한이 몇 개쯤 보태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나도 위태로운 어리석음이 아닐 수 없다.
부디 저 공포의 핵폭탄과 위태로운 핵우산을 거두어 자비의 구름, 감로의 비로 화(化)하게 하소서.
오, 부처님, 관세음보살님!

이학주
사범대학부속여고 교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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