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신문 정동훈 편집장

▲지난 2006년 프랑스. 거리로 쏟아져 나온 젊은이들은 “우리는 크리넥스(일회용 휴지)가 아니다”라고 외쳤다. 당시 프랑스 정부가 내놓은 ‘26세 미만 젊은이의 첫 취업에 한해서, 2년간은 특별한 사유 없이 해고할 수 있는 최초고용계약법’이 시위의 단초를 제공했다.

200만명이 넘는 프랑스의 학생과 노동자들은 폭동에 가까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최초고용계약법을 철회하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가 일자리 나누기, 일명 ‘잡 셰어링’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삭감을 통한 잡 셰어링(일자리 나누기)’과 ‘청년 인턴제’를 대책으로 내놨다. 대졸자의 초임임금을 낮추고 그 예산으로 인턴사원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미 공기업이 대졸초임을 낮추지 않을 경우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엄포도 놓았다.

전국경제인 연합회도 이러한 정부방침에 동조해 기존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하고 신입사원들의 임금을 20%까지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의 대졸초임이 우리나라보다 낮다는 억지자료를 내놓기 까지 했다.

▲잡 셰어링의 원래 의미는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을 고용한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 임금을 줄이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고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것도 변형된 형태의 잡 셰어링이라 할 수 있다.

주로 사회민주주의 전통을 가진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국가에서 대규모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던 제도들이다. 물론 이들 나라의 잡 셰어링 어디에도 대졸 신입사원의 임금을 무지막지하게 삭감하고 인턴으로 실업을 해결한다는 이야기는 없다.

▲어느 국회의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모 공기업의 경우 2급이상 임원의 총급여(600여억원)에서 20%만 줄이면 연봉 3천만원을 받을 수 있는 신입직원 400여명을 뽑을 수 있다고 한다.

정부가 내놓은 실업정책이나 경제위기 대응책을 보면 하나같이 사회적 약자를 쥐어 짜내는 것들 뿐이다. 부동산 관련 정책이 그렇고, 세금관련 정책이 그렇고, 잡 셰어링과 청년 인턴제도가 그렇다.

자본주의는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이 소비로 연결될 때 비로소 순환구조를 가진다.

대졸 초임을 쥐어짜고, 최저임금을 쥐어짜고, 인턴제도를 통해 쥐어 짜고나면 누가 기업들이 만든 상품을 소비할 것인가. 우리는 크리넥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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