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대학가=유흥가’라는 등식이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인식되고 있다. 저녁시간이면 학생들이 하나 둘 모여 금세 유흥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낮에 ‘썰렁’하던 거리가 밤이 되면 번쩍이는 간판 그리고 비틀거리는 사람들로 대학가를 뒤덮는다. 학문의 받침대 역할을 해야 하는 대학가는 먹고, 마시고, 잠자는 업소로 둘러싸여있다. 하지만 학습관련 업종은 점점 무너져 내리고 있다.
오늘날의 대학가는 상업주의에 치우친 개발로 바람직한 대학문화 환경이라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학가에 비교육적인 환경이 침투하게 된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대학 안에 기숙사, 생활용품제공, 만남의 장소 등의 기능이 부족하다. 대학생들은 이에 대한 수요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대학가는 소비지역으로 변했다. 동시에 대학촌다운 개발을 유도하는데 제도의 미비점과 교통 혼잡, 무질서한 공간 이용에 대한 행정적 방치로 건전한 대학환경이 보장되지 못했다. 대학도 그동안 대학안의 시설개발과 공간이용 관리업무만 수행했고 대학가의 개발문제는 깊은 관심이나 영향력 행사를 위한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못했다.
우리학교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학교 주변에서 식당, 술집, 노래방, 게임방 등 먹고, 마시고, 노는 가게를 빼면 상가지역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현재 중문과 후문에 노래방 10여개, PC방 10여개, 술집 50여개가 넘고 식당은 파악이 불가능할 정도다. 학교생활에 필요한 학습관련 업종은 복사집과 1개의 서점이 전부다. 우리학교 후문쪽에 위치한 녹두서점 이을상 직원은 “서점을 시작한지 20년째지만 해가 지날수록 매상이 떨어지고 있다”며 “90년대보다 매출이 절반이하로 감소했다”고 말한다.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가 서점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유흥문화의 질주로 대학가는 황폐해지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최근 들어 시내대학가의 교육·문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대학가를 정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려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중앙대 △한양대 △홍익대 등을 정비대상으로 선정하고 이번해부터 대대적인 업그레이드 사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청 도시관리과 박일영 직원은 “대학과 지역주민 그리고 서울시가 공동으로 교육·문화환경 개선작업을 벌이기로 했으며 대학문화에 도움되는 시설을 권장하려 한다”고 말했다.
사업은 각 대학별 특색에 맞춰 테마별로 개발된다. △고려대=동북지역 대학 문화벨트 거점 △성균관대=전통문화 육성·보존 △중앙대=열린대학가 조성 △한양대=왕십리 민자역사 역세권 개발과 연계해 주변상권 정비 △홍익대=문화예술 중심지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진행된 이화여대와 경희대는 다음달까지 계획이 완료된다.
대학가 환경개선 사업은 가로등과 안내판 등 가로환경 시설물, 보도 등을 개선했다. 또한 대학가 주변 업주들의 협조를 받아 광고물 정비나 리모델링 등 기존 건축물 수선, 외관정비를 병행하고 있다.
이에 우리학교도 다음해부터 교육·문화환경 개선작업이 진행된다. 우리학교는 영상분야가 특성화된 만큼 국립극장~중구청~충무로 영상센터를 잇는 문화 거리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기획예산팀의 김윤길 팀장은 “강남 등 다른 지역에 분산된 영상산업이 우리학교 주변으로 재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며 “후문지역의 도로확장과 주변환경정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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