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만 13명 등단 … 기성문인 4명은 문학상 수상

얼마 전 아들의 방 천정에 야광별을 가득 붙이고 별자리의 모형을 만들어 주었다. 아무리 하늘을 올려 봐도 밤하늘의 무수한 별을 볼 수 없는 도시의 삭막함을 벗어나 하늘의 아름다운 별들을 우러러 볼 때 느낄 수 있는 감탄과 그 뿌듯함을 알려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등을 끄고 누워 바라본 천정의 야광별이 그 찬란한 밤하늘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나 역시 그 별들의 찬란함에 대한 기억을 조금은 되새기고 위로 받고 싶었던 것이다.

동국대학교의 문학 전통이 지닌 의미도 이렇듯 무수한 성좌가 가슴을 울렁이게 했던 그 신화의 기억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동국문학 100년의 전통을 빛냈던 별들이 찬란한 성좌를 이루었고, 동국문학의 과거는 시간의 흐름 속에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만해 한용운, 양주동, 서정주, 조지훈, 김달진, 이범선, 조연현으로 이어지는 문학사의 별들이 있었고, 국문학과에서 문학을 처음 배우던 시절 그 이름들은 뿌듯한 자부심과 자랑으로 내 가슴을 설레게 했었다. 80년대 학번인 내게 이런 벅찬 이름들은 또한 넘기 힘든 산이었고 부담이기도 했다.

조정래, 신경림, 황석영 등 뛰어난 선배 문인들뿐만 아니라 가깝게 접할 수 있었던 홍신선, 박제천, 문효치, 문정희, 정채봉, 이상문, 이원규, 김강태, 박찬, 윤제림 등 많은 분들이 모두 후배인 나에게는 적지 않은 문학적 영향을 미친 분들이다.

동국대학교의 문학적 현재와 지나온 역사를 일일이 말한다는 것이 이 짧은 지면에서는 너무 가당치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런 개인적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름조차 다 거론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선배문인들이 동악을 거쳐 갔고 그 분들은 저마다 모두 하나의 궤적을 동국문학의 전통 속에 새겨 놓았다.

그러니 어찌 그 많은 이름을 다 소개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 것인가.

올해 신춘문예에서 동국문학은 9개 부문에서 8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런 성과는 결코 우연히 나타난 것은 아니다. 후배를 끔찍이 아끼고 동국문학의 전통을 가슴 깊이 간직한 선배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던 일이고, 또 이 당선자들을 가르치신 국문과와 문창과의 여러 선생님들의 노고와 뛰어난 역량이 그 밑바탕을 이룬 결과일 것이다.

활발한 평론 활동을 하고 계신 황종연, 장영우 교수님, 희곡 창작을 이끈 이만희, 이종대 교수님 등 그리고 창작교실을 처음 만들어서 30년을 이끌어 오신 홍기삼 전 총장님 등의 노고가 축적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았던 일이다.

실제로 이런 지속적인 노력 덕에 작년 한 해에는 신춘문예 이외에도 5명의 신인이 더 문단에 나왔고 팔봉비평상을 수상한 박혜경 동문을 비롯해 4명의 권위있는 문학상 수상자가 배출되었다. 뛰어난 성취를 보인 동문 문인들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다 소개할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현재 문단에는 공광규, 정병근, 이윤학, 허혜정, 문태준, 채상우, 박판식, 김지혜 시인과 소설가 박성원, 손홍규, 염승숙 동문 등 젊은 세대가 또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들 문인들의 역량은 문단 내외에서 널리 인정된 바 있다.

최근 젊은 문인들의 약진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해마다 거행되는 창작교실, 학생들의 자율적 창작모임, 대학원생들의 비평스터디, 창작소모임, 문예대학원생들의 창작모임 등 다양한 학내 창작 활동이 활성화되어 있는 점을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들 모임은 일주일에 일회 정도의 모임을 지속하는 것이 보통이다.  

동국문학의 현 주소와 그 영향력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는 이 글의 청탁이 처음부터 나에게 버거웠던 것도 과거의 찬란한 전통과 현재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도저히 간략히 소개해낼 재주가 없었기 때문인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미처 거론하지 못한 많은 동문 문인들에게 죄송함을 금할 수가 없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로 하자. 밤하늘의 찬란한 별이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아마 어둠을 밝히는 고독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른 뭇별들과 그 재주를 겨루며 빛나는 별들의 고독, 글쓰기의 고통은 자신만의 세계를 갖기 위한 투쟁이라는 냉정한 진실이 빛나는 비유로 밤하늘의 성좌 속에 새겨져 있다. 저마다 자신의 성좌를 그리기 위해 한껏 빛을 내는 별들처럼, 동국문학인은 여전히 자신과의 싸움에 전력을 다할 뿐이다.

자존심으로 온 힘을 다해 빛을 뿜는 별들의 고독 속에서 문득 동국문학의 찬란한 과거와 역동적인 미래를 동시에 바라본다. 

김춘식(국문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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