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현선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자

“휴식 같은 소설로 독자에게 다가갔으면”

그녀는 적지 않은 나이와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소설에 대한 열정과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의 뜻을 따라 우리대학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대학원은 그녀에게 ‘소설의 바다’같은 느낌을 주었다고 한다. 물 만난 고기 같던 그녀에게 당시 지도 교수였던 이상문 교수님은 그녀의 소설을 보고 “자네 이거 처음 쓴 소설 맞나”라 고 말했다고 한다. 이러한 칭찬에 현선 씨는 “그래도 내가 아주 가망 없는 것은 아니구나. 시작할 순 있겠구나” 라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한다.

첫 6~7편은 나름대로 자극적이고 특이한 소재를 중심으로 그저 생각 나는 대로 즐겁게 소설을 썼다. 그러나 차츰 소설을 배워나가면서 이대로 계속 가다간 한계에 부딪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 때 부터 채현선 씨는 우리 대학 국어국문학과 황종연 교수님이 지도하는 ‘동대미문’이라는 스터디에 참가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공부에 매진했다고 한다.

“스터디에 참가하니 같은 문우끼리 자극도 되고 좋았다. 무엇보다 소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보기보다 소설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같이 공부하던 문우들은 이미 학부 때부터 수년간 소설을 공부해 왔던 상태, 그 공부량을 따라잡으려면 다른 사람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했다. “모두들 적어도 몇 년 이상은 소설을 공부해 오셨던 분들이라 따라잡기가 쉽지가 않더라. 그럴수록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이런 그녀의 오기와 승부욕이 등단이라는 꿈에 다가서게 했던 게 아닐까.

그녀의 본래 직업은 산부인과 간호사다. 간호사일과 소설 창작 두 활동을 병행한다. “간호 일은 두 번 근무 교대로 12시간 동안 일하는데 스터디에서 하는 공부량과 소설을 같이 하기엔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 포기할 수 없더라” 그런 힘든 일과 소설을 병행하는 것을 보고 주위에선 악바리라 부르기도 하고 또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느냐. 차라리 그만 쓰고 그 시간에 쉬어라’라는 말까지도 들었다.

“한 때는 너무 힘들어서 6개월가량 펜을 놓은 적도 있었어요. 근데 ‘이것으로 끝인가 내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건가’라는 생각 때문에 도저히 펜을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안 써서 힘든 게 써서 힘든 것보다 더 힘든 상황이었다” 나 자신과의 싸움과 지는 것 같아서 쓸 때보다 쓰지 않을 때가 더 힘들었다는 채 씨.

인터뷰 내내 신춘문예에 당선됐음에도 정말 아직 많이 부족하고 멀었다고 밝히는 겸손한 자세의 그녀. 그녀는 앞으로 구효서 작가의 소설 같이 잔잔하고 읽기 편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한다.

조선일보 신춘문예 심사위원이었던 윤후명 작가와 권영민 교수는 채현선 씨의 글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는 내면의 세계, 수채화처럼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는 서사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소설이 정적이고 고요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채현선 씨 자신도 미국의 소설가 레이몬드 카버의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이라는 단편 소설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한다. 특이하거나 큰 소재가 아니라도 일상생활에서 잔잔한 감동을 불러올 수 있는 소설을 좋아한다는 그녀. 소망이 있다면 독자들이 자신의 책을 읽고 그 여운에 눈을 감고 잔잔한 감동에 빠질 수 있는 소설을 쓰는 것이 작은 꿈이란다. 소설가와 간호사 녹록치 않은 두 마리 토끼지만 어쩌면 ‘채현선’이라는 사람은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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