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위원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에 흑인인 버락 오바마가 당선됐다. 오바마는 케냐출신의 혼혈흑인에다가 부모는 이혼한 결손가정에서 자라난,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약점투성이’의 후보였다. 그러나 미국국민은 세계의 초강대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로 오바마를 선택했다.

백인의 나라인 미국에서 사상최초로 흑인대통령이 된 오바마의 성공스토리는 전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상징은 이제 지구상에서 인종차별이란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였다. 그렇지만 미국은 흑인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킴으로써 그 불명예를 한꺼번에 씻어냈다. 또 하나의 진보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혼혈출신에 이혼가정이라면 무조건 고개를 내젓는 것이 인권의식이 부족한 나라들이 보여주는 후진적 행태다. 이로 인해 당사자들은 형언할 수 없는 차별과 고통을 받아왔다. 미국은 이번 선거에서 그런 짓은 삼류국가에서나 하는 것임을 가르쳐주었다.

오바마의 성공담을 보면서 생각나는 고사가 있다. 중국선종의 개조인 혜능(慧能)대사가 불법을 배우기 위해 황매산으로 홍인대사를 찾아갔을 때의 얘기다. 홍인대사는 짐짓 그의 출신성분부터 물었다. “그대는 어디사람이며, 여기는 무엇 하러 왔는가?” “저는 영남 신주에 사는 나무꾼이온데 오직 부처가 되고자 찾아왔습니다.” 그러자 홍인대사는 아주 모욕적인 말로 그를 시험했다. “남쪽에서 왔다면 오랑캐가 아닌가? 그런 주제에 어찌 감히 부처가 되고자 하는가!”

혜능은 이 말에 기죽지 않고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사람이야 남북이 있겠지만 불성(佛性)이야 남북의 구별이 있겠습니까. 이 오랑캐의 몸은 큰스님의 지체와 다르겠지만 불성에야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육조단경’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사람의 본성이나 능력은 겉모양과 아무 관련이 없음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편견이나 선입견에 의해 사람을 평가하려고 한다. 능력을 보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조건만 보려고 한다. 사람을 채용할 때면 어느 대학을 졸업했고, 고향이 어딘가를 묻는다. 혼혈한국인이 받는 차별대우는 또 얼마나 큰가. 일류국가는 경제적으로 잘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우리도 미국처럼 위대해지고 싶은가? 그렇다면 생각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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