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위원
중국 송대(宋代)에 오조법연(五祖法演)이라는 선사가 있었다. 문하에는 이른바 ‘삼불(三佛)’로 불리는 불과극근(佛果克勤), 불안청원(佛眼淸遠,) 불감혜근(佛鑑慧懃) 등을 배출한 당대의 고승이었다. 법연선사의 가르침 가운데 ‘주지하는 법’이라는 것이 있다. 선종의 일화를 모아놓은 ‘종문무고(宗門武庫)’라는 책에 의하면 그의 제자 불감혜근이 어느 날 서주(舒州)에 있는 태평사(太平寺)의 주지를 맡게 되자 선사는 다음과 같은 경계할 점을 일러주었다.

“절의 주지는 자기를 위해 네 가지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는 권력을 다 행사해서는 안 되며(勢不可使盡), 둘째는 복을 다 누려서는 안 되며(福不可受盡), 셋째는 규율을 다 시행해서는 안 되며(規矩不可行盡), 넷째는 좋은 말을 다 해서는 안 된다(好語不可說盡). 무엇 때문인가. 좋은 말을 모두 다하면 사람들이 반드시 쉽게 여기며, 규율을 다 시행하면 사람들이 반드시 번거롭게 여길 것이다. 또 복을 다 누리면 반드시 인연이 외로워지며, 권세를 다 행사하면 반드시 재앙이 닥치게 되기 때문이다.”

제자는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주지에 취임해서 누구보다 훌륭한 지도자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뒷날 사람들은 승속을 막론하고 현직(顯職)에 나갈 때는 이 '법연사계(法演四戒)'를 잠계(箴戒)로 삼았다고 한다.

법연사계의 요체는 한마디로 ‘좋은 일이 생겨도 너무 좋아하지 말고, 아무리 잘났어도 너무 잘난 척하지 말라’는 말로 요약된다. 권세를 손에 쥐고 남의 윗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확실히 좋은 일이다. 권력을 잡다보면 명예와 돈까지 따른다. 그러나 그걸 한꺼번에 다 누리다보면 반드시 시기를 받게 마련이다. 뒤끝에는 반드시 나락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권세를 잡았을 때 더욱 조심하라는 것이다.

더 잘하기 위해 모범을 보이는 일을 삼가고, 좋은 말도 아껴해야 한다는 가르침도 새겨볼수록 무릎을 치게 한다. 모범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도 지나치면 다른 사람이 불편해 한다는 것이다. 또 듣기 좋은 말도 한두 번이지 자주 듣다보면 지겨워진다.

요즘 말로 하면 개혁피로증후군이 생기기 때문이다. 생각할수록 구구절절 머리가 끄덕여지는 지혜로운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권세를 얻으면 잘난 척하면서 너무 완벽하게 잘 하려고 한다. 그것이 얼마나 남을 피곤하게 하는 줄 모른다. 어리석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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