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에서 주관하는 올해 대학종합평가 순위가 발표되었다. 금년 4월 1일을 기준으로 하여 이전 1년 동안의 주요한 교육 통계를 분석하여 전국 단위로 서열화 한 것이다. 우리 학교는 지난해에 이어 28위를 기록했다. 학내 구성원들과 많은 동문들은 30위 가까이 추락해 가고 있는 학교의 위상을 바라보며 안타까움과 참담함을 느낀다. 오영교 총장 취임 이래 첫 성적표여서 더 그런지도 모른다. 물론 학교의 경쟁력은 한 두 해 사이에 비약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그러나, 여러 지표의 향상에도 불구하고 전체순위의 상승이 없었다는 것은 아쉬기만 하다.

우리가 정녕 걱정하는 것은 총장 취임 첫 해의 결과가 아니라 어쩌면 현 상황이 고착화될 수도 있다는 불안한 자기 진단이다. 그러므로 현금의 당면과제는 이런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다. 우리는 지금 스스로를 질타한다거나 네 탓 공방을 하는 대신에 학교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확실한 믿음과 그것의 구체적 실현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믿음과 확인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교육재정의 확대가 정답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거의 모든 지표들이 10위권은커녕 20위권 내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다른 대학이 부지런히 투자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뒤쳐졌다는 뜻이다. 확대해보면 지표 하락의 근본 원인은 부족한 교육재정과 그에따른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학교는 명실상부한 불교 종립대학이다. 그러나 불교종단에서 세운 대학이 30위 안에 겨우 하나인 반면, 기독교 계통의 학교는 무려 8개에 이르고 있는 게 눈앞의 현실이다. 우리 불교계가 인재를 배출하는 데 더욱 분발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징표로 읽어 마땅하다. 종교계는 스스로 재화를 창출하는 곳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신자나 신도들로부터 믿음의 값을 받는 곳이다. 오늘 우리 불교계의 재정이 여의치 않는 것은 교리와 의례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에 대한 방법론적 각성의 부재 문제 때문이다. 존경받는 스님, 기부하고 싶은 사찰,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신도가 많아질수록 재정이 커지며, 이런 바탕 위에서 인재를 길러 우리 사회에 영향력 있는 인사로 키워나가고, 이들이 다시 교계의 재정을 풍요롭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세우는 일이 정공법이다. 그러니 학교와 재단과 종단은 서로 협력하여 시스템상의 선순환 구조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 우리 대학의 비전과 한국불교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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