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독립성 확보위해 대외의존도 줄이고 내수시장 활성화 시켜야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은 침체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의 직접적 피해는 그렇게 크지 않은 편이다. 한국은행이 페니메와 프래디맥에서 매입했던 370억달러어치의 채권은 선순위채권으로서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투입으로 두 기관이 국유화되었기 때문에 손실을 입지 않았다. 국민연금에서 미국 부실 금융회사에 투자하여 입은 손실은 1200억원으로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미국경제의 막강한 영향력

 그러나 우리 금융시장에 유입됐던 단기성 외국인 자금(단기외채, 주식 등)이 미 금융위기로 급격히 빠져나감으로써 환율·주가·금리 등에 큰 교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8월중 자본수지가 내국인 해외투자 증가와 외국인의 증시 순 매도 영향으로 56억달러 순유출을 기록했고, 그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현재 1200원 이상으로 급상승했다.

또한 미국 금융위기의 여파로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억제하면서 금리가 상승했다. 8월중 대출 평균금리는 7.31%로 전달에 비해 0.19%나 상승했다. 일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0%를 넘어섰다. 9월 24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조사에 의하면 자금사정이 심각하다고 답한 업체는 68.8%에 달한다.

미국발 금융불안은 실물경제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중 산업생산은 지난해 8월보다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7월과 비교해 2.2%가 줄었다. 내수용 출하도 지난해 8월보다 1.3%가 줄었다.

9월에 수출은 전년 동기비 28.7% 증가한 반면 수입은 46% 증가하면서 19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고, 9월까지 누적된 무역수지 적자는 142억달러에 달한다. 미국ㆍ일본ㆍ중국 등 주요 시장에 대한 수출증가율도 지난 8월 16~45%에서 9월 2~7%대로 떨어졌다. 경기침체 속에서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마저 둔화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생산ㆍ소비ㆍ수출 모두 비상이 걸린 셈이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각각 7, 9개월째 하락했다. 미국 정부가 70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금융기관 부실자산을 매입한다 해도 금융위기 영향으로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므로 한국의 실물경제의 침체도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렇게 경제위기를 통해 드러나는 미국경제의 강한 영향을 벗어나서 한국경제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길은 무엇인가.

 

금융위기 억제 노력 필요

 우선 금융위기를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키코문제 해결은 융자를 확대해주는 간접방식이 아니라 키코상품을 팔아서 큰 수익을 올린 은행의 손실 분담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도 과거에 LTCM 사태가 났을 때 정부가 조정역할을 하여 LCTM에 투자하거나 대출해서 큰 이득을 본 금융기관들이 구제금융을 모아서 공급하도록 한 사례가 있다.

토빈세를 도입하여 외국자본의 잦은 유출입을 억제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자본의 비중을 일정한 범위 내로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의 비중은 44%로까지 올라갔다가 현재는 29% 수준으로 내려왔다. 외국인들은 국내증시에서 공매도 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함으로써 증시의 변동성을 높였다. 외국인 점유 비중의 상한선을 예컨대 30%로 정하고 20%로 점차로 낮추어나가야 할 것이다

 

대외의존도 감소 필요

 경제의 대외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수출·수입이 국민총소득(GN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 2분기 117.7%로 뛰었다. 올 2분기 수출 의존도는 58.9%, 수입 의존도는 58.8%로 지난해 2분기의 각각 46.9%와 46.2%에 비해 12.0% 포인트와 12.6% 포인트가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대외 의존도는 2002년만 해도 71.6%에 불과했으나 2004년 86.2%, 2007년 94.2%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40.6%로 우리나라(94.2%)의 절반이 채 안 됐다. 일본은 더 낮아서 35.6%(2006년)였다. 이렇게 높은 대외의존도 때문에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에 아주 취약한 것이다. 대외의존도를 우선 2002년 수준인 70%정도로 낮출 필요가 있다.

 

내수 시장 확대 필요

 경제침체를 완화시키려면 내수를 확대해야 한다. 2분기 민간소비의 GDP 대비 비율은 48.3%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위축된 민간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축소와 차별 완화 등을 통해 소득분배를 개선해야 한다. 투자도 증가시켜야 하지만 경기침체 하에서는 어렵다. 법인세를 인하하여 이익이 증가하더라도 경기가 침체에 빠져 투자환경이 나쁘면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

재정지출 확대가 유력한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은 이미 과잉 건설된 부분도 없지 않다. 보건의료, 교육, 주거, 빈민계층 지원 등 사회복지와 관련된 재정지출을 늘리도록 해야 한다.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세수를 증가시키고, 일시적으로는 재정적자도 감수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종부세 인하 등 감세정책은 소비 진작효과도 투자 촉진효과도 가져오기 어렵고 오히려 경제침체를 심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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