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생이 나를 놀라게 했던 점은 설득력을 잃어가는 자신의 종교를 지키기 위해 불교의 순수한 종교성을 강조한 사실이다. 물론 비교적 개방적인 대학 강당에서 생긴 에피소드이긴 하지만 미국종교의 실상을 반영한다. 창조신과 인간의 원죄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의 세계관과 윤리관은 점차 힘을 잃어가고 교회를 떠난 개개인의 체험을 중심으로 한 삶의 추구가 만연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미국에서의 변화를 개인적 수행 그리고 깨달음을 강조하는 불교적 사고로 전환되어가고 있다고 기뻐하는 이들이 있다. 명상수행과 공생공존의 연기법을 바탕으로 한 불교적 삶이 미국인들의 공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미국인들이 여러 형태의 명상을 수행하고 있고 일반심리 상담에서도 불교적 사고와 인생관을 적용하고 있다는 예를 자주 든다.
그렇다고 미국이 불교적인 사고로 전환해 가는 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종교가 비판 아니면 무관심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으며 불교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정착된 불교의 승단, 교리 그리고 의식을 미국에선 보기가 힘들다. 더군다나 불교명상이나 교리가 불교라는 이름을 잃은 지 오래다. 불교를 수행하는 많은 이들이 불교라는 타이틀에 불편해 한다. 그래서 미국에는 수행하는 사람은 적지 않지만 불자라고 하는 이들은 드물다.
사실 개인주의가 팽배한 미국사회에서 구속적인 종교보다는 각 개인의 자유와 삶의 질을 강조하는 탈종교적 삶이 당연한 흐름일지 모른다. 이러한 특수한 상황 때문에 마음을 닦는 명상의 필요성과 세상을 불가분, 연기법적으로 보는 사고가 자연적으로 생기는지도 모른다. 외부에서 보는 이는 불교적 사고로의 전환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당사자들은 불교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탈종교화, 탈불교화하려는 미국인들에게 불교적 사고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