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에서 일상생활이 이뤄지던 공공의 광장이었다. 아고라는 그리스어로 시장에 나오다 라는 의미를 지닌 ‘아고라조(Agorazo)’에서 비롯된 것이다. 후에 시장의 기능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등 일상생활이 이뤄지던 공간으로 변모하면서 사람이 모이는 곳, 사람들의 모임 자체를 뜻하게 됐다. 아고라는 사회의 공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졌으며 민회나 재판을 통해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공간이었다.
2008년 한국에서 아고라는 촛불시위로 대표되는 ‘다음 아고라’가 됐다. 그리고 다음 아고라는 촛불시위현장을 생중계하고 대통령을 탄핵서명 운동 등을 전개하며 직접민주주의 실현의 공간으로써 주목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익명성을 무기로 일부 누리꾼이 촛불시위 반대 의견을 내는 이를 향한 마녀사냥과 광우병을 둘러싼 근거 없는 루머를 퍼트리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지난 7월 22일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제한적 본인 확인제(일명 인터넷 실명제)의 확대와 포탈의 규제 의무화 등 규제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에 시민단체들과 학자들은 자율적인 의견표출제한으로 인해 인터넷의 창의성 등 순기능 제한을 우려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첫째, 포털은 명예훼손 피해자가 해당 게시글에 대해 삭제를 요청할 경우 즉각 임시 삭제를 하며, 둘째, 하루 평균 방문자 30만 명 이상인 대형 인터넷 사이트에 적용되었던 실명제를 10만 명 이상으로 확대 적용하고, 셋째, 포털과 P2P 사업자 등에게 모니터링 의무의 부과 등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2.0’이라는 토론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노 전 대통령은 홈페이지의 개설사에서 “자유롭게 대화하되, 깊이 있는 대화가 이루어지는 시민공간을 만들어보자”며 “개방, 공유, 참여의 웹2.0의 정신에 책임이라는 가치를 더해 민주주의 2.0의 원칙으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이트 오픈이 있던 지난 18일에는 서버가 다운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2.0에서 노공이산(盧公移山)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며 올바른 토론의 방법과 노하우을 제시하거나 누리꾼에게 ‘미디어 렙’등 자신이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기도 했다.

▲인터넷의 커뮤니티 공간을 바라보는 두 시각이 대조적이다. 정부는 익명성 등 인터넷의 역기능을 억제하기위한 수단으로 인터넷 실명제확대를 내걸었다. 인터넷의 창의성이나 개방성 등 순기능은 외면한 채 규제가 선행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강국을 자부하는 우리나라에서 책임있고 깊이있는 인터넷 토론문화를 만들려는 노력이 선행됐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 2.0의 오픈은 의미 있다. 전직 대통령이 국정운영과 여러 정치활동을 겪으며 쌓인 토론 노하우는 발전적인 인터넷 토론문화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계에서 은퇴한 전직 대통령이 토론의 공간에서 현실정치에 참여해 월권을 행사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민주주의 2.0의 본래취지마저 희석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또한, 현 정부는 전직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를 보며 인터넷 여론 규제에 대한 시각을 재점검해야 한다. 과연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인터넷 규제가 네트워크의 힘을 강화하는 IT강국의 면모를 부여주는 일인가. 반대의견도 포용하고 수용하려는 변화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