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이라는 속박 아래 내게 대학은 자유와 동일시되는 존재였다. 그래서 늘 대학에 들어가면 ‘남들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해보자’ 굳은 결심을 했고, 그러던 와중에 동대신문사의 기자모집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평소에 동경하던 신문기자를 대학에서 체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입학한 첫 날 동대신문사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그 땐 신문사 합격이 또 다른 속박의 연장선이 될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 했다.
매일매일 취재하고 기사를 쓰며 밤을 새 조판하는 작업으로 인해 내 새내기 생활은 어느덧 ‘동대신문사 수습기자’라는 이름아래 고스란히 헌납됐다. 종종 들리던 과방의 비밀번호는 이미 잊어버린지 오래, 그동안 얼굴만 알고 지냈던 과 동기들과는 인사조차 어색한 사이가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문사 일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 UI선포식을 취재할 때 기자라는 신분을 망각한 채 마냥 돌아다니다가 선배들에게 눈물 쏙 빠지게 혼나기도 했다. 일촉즉발 같았던 등록금 인상 항의시위는 시위에 참가하고 싶은 학생의 입장과 취재를 위해 한 발짝 떨어져 그들을 지켜봐야 하는 기자의 입장 사이에서 내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이렇게 힘든 취재 속에서도 때론 즐거운 취재경험도 함께 쌓여갔다. 학교의 얼굴을 알리는 연예인 학생들을 전담으로 인터뷰하면서 동기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고, 여러 교수님들과 직원들을 만나면서 좋은 사람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느꼈다.

나는 숙성시킨 메주가 되어가고 있다. 기자 생활의 쓴 맛과 단 맛을 골고루 발효시켜가며 이제는 6개월간의 길고도 짧은 수습기간을 마치고 동대신문사의 정기자가 되려한다.
정기자라는 위치는 지금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요구할 것이다. 내 두 어깨에 짊어질 그 무거움을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동대신문을 이끌어 온 선배들과 나와 함께 할 든든한 50기 동기들, 동대신문의 역사를 이어나갈 후배들을 생각하며 오늘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취재에 나선다. 한낱 못생긴 메주 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던 난, 곧 구수한 된장찌개처럼 사람 냄새나는 정웅재 기자로 다시 태어날 테니까.
“안녕하세요. 동대신문사 기자 정웅재입니다.” 이제부터 그의 본격적인 취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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