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차(orchha)…….

숨은 장소라는 뜻의 이곳에서 중세의 향기가 느껴진다.
인도의 다른 지역과 달리 매우 고요한 이곳에서 그 동안의 지친 심신을 가만히 놓아 둘 수 있었다.
17세기 이전 많은 성과 사원이 세워지고 사람들이 북적대며 오가던 소리들. 그 흔적만이 바람에 섞인 메아리처럼 이곳을 감돌고, 이젠 염소 똥과 떠나가는 새들과 하루 사오십 명 가량의 관광객들이 성과 사원에 잠시 머물러 정적을 깰 뿐이다.

제항기르 마할(jehangir mahal)안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성곽에 올라 주변을 둘러  보니 너른 들과 베트와(betwa) 강줄기 멀리 보이는 또 다른 성곽. 걸림이 없다. 적당한 바람과 햇볕이 어우러진 풍경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이른 저녁 어둠이 온 후 이 곳에 찾아오는 것은 누구일까?
삶이 무형질의 것을 남긴다면 이 건물의 정신은 무엇이고 남긴 것은 무엇인가?
건물은 마치 폐허와 같다. 만일 이 곳을 다시 새 단장한다고 조악한 색의 화학 페인트와 벽돌 더미들을 덧발라 놓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끔찍한 상상을 해본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