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에 있다는 것은 어학연수 목적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내게 큰 요소로 작용했다. 언제든지 주변 유럽 국가를 여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무거운 유럽여행 책도 굳이 챙겨갔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서는 경제적 부담과 시간적 제약 때문에 해외여행은 커녕 국내여행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저렴한 비용으로 평소 가고 싶었던 곳을 알차게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은, 꼼꼼한 사전준비와 유럽 친구들의 도움이었다.

첫 해외 여행지는 독립국인 아일랜드 공화국이었다. 학교가 쉬는 부활절 연휴에 맞춰 함께 공부하던 일본인, 태국인 친구들과 여행을 했다. 연휴기간에 맞춘 여행이라 일찍부터 숙소나 교통수단에 많은 신경을 썼다. 친하게 지내던 학교 선생님이 체스터에서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Dublin)’까지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기차+페리’ 왕복 교통편을 알려주었다. 숙소 또한 일찍 찾아 전화예약을 한 덕분에 시내 중심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머물 수 있었다.

두 번째 해외여행은 체코, 독일, 프랑스를 일본인 친구와 함께 둘러본 것이었다. 3개월간 공부했던 영어능력시험을 치른 직후 떠난 2주간의 여행이었다. 발도장 찍기 식 관광이 싫어, 이동경로와 경비를 고려해 꼭 가고 싶었던 세 나라만 선택해 약 두 달 전부터 준비했다. 교통은 유럽 내 저가항공과 유로라인 버스, 기차를 이용했다. 숙소는 주로 유럽친구의 집, 유스호스텔, 한인민박 등이었다.
유럽 내 저가항공은 때로 기차보다 훨씬 저렴하다. 특히 여행 한 두 달 전부터 홈페이지를 확인하다보면 특가항공이 생기는데, 세금을 포함해도 5만원 미만 가격일 때가 종종 있다. 또한 유럽대륙 내에서 유로라인 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저렴하면서도 경치 감상에 좋다.

이 여행에서 특히 좋았던 점은 친구들이 있는 나라를 여행하는 것이었다. 가는 곳곳에서 현지인들의 삶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훨씬 관광상품화 된 체코의 수도 ‘프라하(Prague)’에서 체코인들의 실생활을 보고 느끼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이 때 영국에서 함께 공부했던 체코인 친구는 우리를 자신의 단골 레스토랑으로 인도해 체코 전통 음식을 추천해주었다. 그 음식점에는 관광객도, 바가지 가격도 없었다. 식사 후엔 그들만이 아는 장소에서 가장 멋진 프라하의 야경을 보여주었다. 관광책자에는 없는, 현지인들밖에 모르는 프라하의 골목골목을 다니며 체코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이 후,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현지인들과 함께한 덕분에 여행 그 이상의 ‘삶’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여행에서 도움을 주었던 친구들은 물론, 세계 각국의 친구들과 서로를 자국에 초대하는 이메일을 나눈다. 덕분인지, 두어 명의 친구들이 올 여름과 겨울에 한국에 온다고 한다.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이제 외국 친구들에게 진짜 대한민국을 보고 느끼게 해 줄 참이다.

최민희 (사과대 신방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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