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한국에 다녀갔습니다.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것은 아마도 세계최대기업의 회장이기 때문도 하지만 누구나 부러워하는 세상에서 가장 부자이기 때문일 겁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임에도 그에 대한 평가는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이는 그가 아마도 기부를 가장 많이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번 돈의 대부분을 그가 설립한 재단에 내놓습니다. 그와 세계부자 1·2위를 다투는 워렌버핏도 그 재단에 기부할 정도로 그의 재단은 아주 유명합니다. 빌게이츠 재단의 아프리카 돕기에는 돈이 몰리는 바람에 세계의 실력있는 의사들이 너나없이 오지인 아프리카로 모여드는 해프닝도 벌어졌다고 합니다.

기부의 진정한 가치는 나눔과 베품에 있습니다. 자신의 것은 남과 더불어 나누어 베푸는 것을 불교에서는 보시라고 합니다. 그리고 보시를 실천하는 이를 보살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절에 가면 많은 보살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보현보살, 관세음보살, 지장보살 등을 뵐 수가  있습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아파하는 중생의 고통을 연민하고 그들에게 다가서서 손을 내미는 분들입니다. 중생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과 똑같이 생각하는 분들입니다. 마치 어머니가 자식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생각하듯이 말입니다. 흔히 불교를 자비의 종교라고 하는데 이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우리 또한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을 지니신 관세음보살과 같이 이웃에게 나눔과 베품의 손을 내민다면 그 자는 진정한 보살입니다. 그러고 보니 빌게이츠는 불교를 신앙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보살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보시는 빌게이츠와 같이 돈이 꼭 많다고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까이서도 드러내지 않게 보시를 행하는 분들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잘 아는 교수님은 지난해 한 재단으로부터 학술상을 받으셨습니다. 물론 일천만원이라는 작지 않은 상금도 받았습니다. 그 교수님은 상금의 전부를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봉투도 열어보지 않고 기부했습니다. 어른들이 못사는 것은 자신의 책임이지만 어린이들은 그들의 탓 때문에 못사는 것이 아니라는 단순한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분은 자신의 집도 없으신 분입니다. 아니 그 흔한 작은 자동차조차 없으십니다. 그분은 자신의 몸조차 불교생명나눔본부에 기증하셨다고 합니다.  아마 제가 그 상금을 받았다면 어떻게 하였을까 반문하여 봅니다. 당신은 저와 같이 ‘형편되면 해야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셨나요? 그러다가 보시다운 보시도 한번 못해보고 삶을 마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여하튼 저는 그런 분이 우리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합니다. 그 분의 그런 마음이 저를 비롯하여 우리 동국 가족에게 널리 퍼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것이 저의 기도입니다. 그리하여 동국대학교가 세계 일류대학교는 아닐지라도 이웃과 나눔과 베품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를 길러내는 대학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는 반드시 우리 대학만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불교 정신에 기초한 우리 동국대학교의 설립 목적이기도 하니까요.

신 성 현
불교대학
불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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