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분과 불교예술 & 생명

선과 예술은 오랜 시간 수행의 도반처럼 함께 길을 걸어왔다. 특히 동양에서는 선을 수용한 예술 작품, 즉 선화를 많이 볼 수 있었으며 현대에 들어서도 종종 볼 수가 있다. 하지만 현대미술에서는 이러한 미학들이 관념적으로 흘러 그 참뜻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있으며 1950년대 이후 서양의 미학이 도입되면서 동양미학은 그 정체성을 잃고 말았다.

Yves Klein 작품 :  일상에서 흔한 스폰지에 파란색을 칠하여 깨달음을 표현
같은 시기에 서양에서는 이미 서양미학의 한계성을 느끼고 새로운 미학을 추구하게 되는데 그 중심에 선사상이 있다. 선사상은 예술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았으며 이를 통하여 자연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표현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여기에서 선사상이 수용되어 나타나는 미학적 특성들을 찾아보면 첫째가 깨달음의 미학이다. 이들은 깨달음은 추상적인 환상이 아닌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모습으로 느껴지며 따라서 돈오점수와 돈오돈수를 동시에 표현하고자 하였다.

둘째는 자연미의 추구이다. 숭고미로 대표되는 서양에서는 자연이나 대상에 일정부분 작위를 가하여 즉 인공적인 미를 추구하였는데 선사상을 수용함으로써 자연과의 일체감을 표현하고 예술가는 선택과 제시를 하는 역할로 변화해 가게 된다.

셋째는 인간을 위한 예술이다. 예술작품은 예술가의 행위에 의하여 탄생하게 되는데 선사상을 수용하기 이전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개념을 정의해 놓고 그 논리에 맞게 표현하고자 하였으며 이러한 과정을 거친 예술 작품은 일정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소통이 되지 않고 일부만을 위한 예술이 되었다. 하지만 선사상을 수용한 예술가들은 그러한 정의된 개념에서 벗어나서 누구나 자신의 감성과 느낌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였다.

Richard Long 작품 : 물아일체(物我一體:자연과의 일체)를 표현
이러한 미학적 특징들로 인하여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양에서는 이러한 미학적 패러다임이 형성되어 오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불교의 확산과 선의 체험을 경험하는 것은 일상적인 삶의 모습이 되었다.

윤양호
(원광대학교 교수)

정리=이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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