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회째 개교기념일을 맞았다.

기쁘고 자랑스럽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직면한 상황은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 오랜 기간 누적되어온 저성장 발전 동력을 한꺼번에 상향조정하느라고 벅차고 힘들다. 개혁 피로증이 벌써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른 대안이 없다. 가속 페달을 밟고 계속 전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달리 무슨 방법이 있는가. 교수, 직원, 학생, 재단과 총동문회 등 모든 동국가족들이 그간의 성취도를 훨씬 상회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분투노력해야 한다. 구성원들 내부에서 서로를 탓하는 일은 살벌한 전쟁터에서 아군끼리 입씨름하는 형국과 같다.

우리 모두는 결국 동국대학교라는 거대한 함선 위에 타고서 대양을 항해해야만 하는 운명공동체인 것이다. 우리 가는 길 앞에 이미 많은 함선들이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 그들은 누적점수도 좋고 함선의 성능도 좋아 점점 더 격차를 벌이며 달아난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3대 명문사학을 거론하며 옛날의 영광을 입술에 올릴 것인가. 일은 입술이 하는 게 아니라 부지런한 손과 발이 한다. 실천과 행동만이 살길인 것이다.

무엇이 우리에게 이 살길의 간절함을 호소하여 가르칠 것인가. 괴테가 일컬어 신이라 불렀던 그것은 바로 역사이다. 개교기념일을 맞아 오늘 아침은 백년 이상을 이어온 동국의 모든 선배들을 생각하는 시간으로 시작했으면 한다. 그것이 기본이고 언제나 새로운 출발점이다. 가는 길이 힘들거나 막혀 있을 때, 우리는 언제라도 처음을 생각해야 한다. 얼마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학교를 열고 얼마나 많은 사부대중들이 단심을 던져 이 학교를 이끌어왔는지, 선배들의 그 숭고하고 엄숙한 역사의 소명을 오늘의 우리 개개인들이 뼈에 새기고 심장에 남겨두는 일이 중요하다. 그것이 결국 우리를 하나로 만든다.

그러므로 오늘의 개교기념일을 멋지게 치르자. 의례적이고 공식적인 행사만 하지 말고 역사의 감동을 나눌 수 있는 의식을 마련해보자. 점점 더 새로워지고 점점 더 거듭 태어나는, 시간의 새로운 경영자 체험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자. 구성원들의 소프트웨어가 힘을 모으기 시작하면 거대한 코끼리 떼의 위용을 보여줄 수 있는 게 바로 우리 동국대학교이다. 이런 자부심으로 오늘을 자축하고, 새로운 백년의 후배들을 위해 내일의 풍성한 황금어장을 준비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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