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문학의 대가였던 유몽인의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이라는 말이 나온다. 서애 유성룡이 군의 총책인 도체찰사라는 관직에 있을 때 하루는 각 고을에 보낼 공문이 있어 역리를 시켜 발송하도록 했다. 사흘이 지나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는 걸 깨닫고 회수하라고 했더니 즉각 공문이 되돌아왔다고 한다. 유성룡이 “왜 공문을 보내지 않았느냐”고 꾸짖었더니 역리가 이르기를 “속담에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이라는 말이 있어 보내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를 들은 유성룡이 ”가히 세상을 깨우칠 말이다. 내 잘못이다“이라며 고쳐 반포했다는 유래가 있는 말이다. 즉 일관성이 없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을 두고 경계해 이르는 말이다.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네티즌들과 정부의 공방이 한창이다. 2일에는 1만 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며 촛불시위를 벌였다. 또,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대통령 탄핵을 청원하는 수가 80만 명을 넘어섰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신문들이 앞 다투어 사설을 통해 “광우병이 부풀려 지고 있다. 반미선동을 중단하라”는 내용을 싣고 있다.

△2003년과 2001년의 쇠고기 파동 당시 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공통적으로 ‘뒷북치는 광우병 대책’, ‘광우병 파동 통상마찰 대상 아니다’, ‘광우병 제대로 알려야’, ‘광우병 쇠고기 협상대상 아니다’, ‘광우병과 홍역, 느슨한 대책’ 등과 같은 제목으로 광우병 문제는 통상문제가 아니며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이 사설들이 모두 조선, 중앙, 동아의 사설이라는 점이다.

△불과 몇 년 전에는 협상의 대상도 될 수 없는 국민 건강의 문제라던 신문들이 이제 와서는 ‘미국쇠고기는 문제가 없는데 반미선동을 하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되려 훈계하고 있는 것이다. 서애 유성룡은 잘못을 지적하는 역리를 나무라기는커녕 좋은 교훈으로 삼아 스스로를 꾸짖었다. 그 같은 자성(自省)을 보수언론에게 기대할 일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 것이다.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을 이제는 동아공사삼일(東亞公事三日), 중앙공사삼일(中央公事三日)로 덧붙여 부를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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