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자신의 출가를 막무가내로 뜯어말리려는 마부 찬나에게 “인생은 홀로 태어나 홀로 죽어가는 것이거늘 어찌 반려할 수 있는 자가 있단 말이냐”고 힐책하듯이 꾸짖었다. 부처님의 말씀대로 홀로 태어나 홀로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니, 우리네 실존적 인생은 고독하다.

부처님은 실존적 고독에서 벗어나고자 감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나는 정진 끝에 깨달음을 얻었지만 고독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고 나서, “이 세상에 누구인가 떠받들어 섬길만한 사람도 없고 가르침을 받을만한 사람도 없어서 혼자 살아야 한다는 것은 정말로 괴롭고 힘든 일”이라며 다시 절절하게 고독을 토로하기에 이른다.

고독을 토로한 부처님의 이 말씀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누구인가를 스승으로 받들어 섬기면서 때때로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다는 뜻이렷다. 그래서일까 옛날부터 사람들은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도량을 건설하고 최고의 미적 감정으로 아름답고 장엄하게 불상을 조성해 왔다. 답답하고 울적한 사람이나 못 이룬 꿈을 가진 사람들을 불러들여 땀 흘려 참배하며 마음을 달래도록 해왔다. 또 불원천리마다 않고 자주 찾아 참배하는 사람일수록 신심이 장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불상 앞에 열심히 참배하는 사람들 모두가 정말로 부처님을 스승으로 우러러 받들며 만나고 있는 것일까?

한 스님이 탑 앞에서 열심히 예배하고 있었다. 그 옆을 지나가던 사람이 “스님은 매일 탑 앞에서 예배를 하시는데, 부처님을 보셨는가요?”라고 물었다. 이 느닷없는 질문에 그 스님은 미처 대답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이에 대하여 법안종(法眼宗)의 시조 문익(文益)선사가 “그대 말해보라. 예배란 무슨 뜻인가”라고 되물었다.

나 또한 교정을 가로지르다보면 늘 불상 앞을 지나쳐 다니는 젊은 동국인들에게, “지금 그대가 무심하게 보고 지나치는 그 분이 어떤 분인지 제대로 알기나 하는지, 그 분 앞에 고개 숙여 목례라도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 보았느냐”고 꼭 한 번 묻고 싶다.

성열
강남포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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