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본 인도이야기

 다질링(Darjeeling)에는 인도내에 몇 개 남지 않은 산악 열차중의 하나로 토이 트레인(Toy Train)이라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록된 증기 기관차가 있다. 

 우리는 아무 곳에서나 탈 수 없다는 이 기차를 타기 위해 다질링에 도착한 첫 날 분주히 티켓을 예매하고 다음날 오전 10시 40분 출발하는 다질링(Darjeeling)과 굼(Ghoom)을 두시간 일정으로 왕복 운행하는 “조이 라이드”라는 이름의 토이 트레인을 탔다. 열차에 타서 출발하는 순간 “삐이이익~!!!!” 하고 울리는 기적 소리와 정말로 칙!..칙!.. 폭!..폭!.. 칙칙폭폭!!칙칙폭폭!! 하며 점차 속력을 내며 달리는 기차 소리에 “와~”하며 어린아이들 마냥 신나 했다.

 내게 기차라는 말은 늘 어떤 긴장과 설레임을 동반한다. 고향이 바다 건너 제주인지라 성년이 되어 처음 탄 기차는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유의 의미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관광 자원으로 한 몫하는 이 증기 기관차에는 다질링의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 한 때 시킴 왕국에 속해 있던 다질링은 20세기 초 영국의 식민 정책으로서 계획적으로 집단 이주하여 형성된 곳이다. 차를 재배하고 수확하며 그것을 수송하기 위해 만들어진 열차에는 이 지역에 거주하게 된 대부분의 네팔계 사람들의 아픔이 배여 있다.  우리가 잘 모르는 다질링의 역사의 이면을 볼 때 그저 신기하게 바라 볼 수 만은 없구나 싶었다.

 그런 생각에 다다르다 보니 90년대 초 대학 시절 소래 포구를 답사 가서 탔던 마지막 협궤 열차 수인선이 기억이 났다. 마주 보고 있는 승객이 무릎이 맞 닿을 것 같던 좁은 열차 안에서 얼마나 즐겁게 깔깔거렸던지… 대학 시절의 추억과 함께 아스라이 1995년 마지막 운행을 끝으로 사라진 이 협궤 열차 또한  실은 일제 강점기에 식량 수탈을 위해 만들어진 열차였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기차에 대한 기억들을 뒤로 하고 두 칸짜리 작은 열차의 단 한사람의 승무원인 인상 좋은 아저씨를 잠시 스케치했다.  기차의 수신호를 보낸 이후에 시간표를 기록하던 이 분의 모습에서 여유로움과 평화가 느껴졌다.  기차가 굼빠(불교 사원) 앞을 지나가는데 승무원 아저씨가 두 손 모아 합장을 하고 잠시 기도를 드린다. 어떤 기도를 드렸을까…   

김상남
애니메이션 영화감독·지리교육과 95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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