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란 무엇인가?
범박하게 말하면 신화는 ‘신성한 이야기의 시작’이다.
신화는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구전과 문헌을 통해 전승되며 기록되어 왔다. 세계 각국의 신화를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신화의 주인공은 신과 인간 사이에 태어난 신인(神人)의 모습이라는 점, 신화의 시·공간은 태초가 형성되는 곳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 각 나라의 신화에는 그 나라의 세계관이 잘 녹아있다는 점 등이다.
‘삼국유사’를 통해 잘 알려져 있는 우리의 단군신화도 예외가 아니다. 쑥과 마늘을 먹으며 백일동안 빛을 보지 않은 곰이 웅녀가 된 뒤, 환웅(天人의 아들)과 혼인하여 그 사이에서 단군이 탄생하였다는 이야기는 초자연을 넘어 신성함까지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여기서 몇 가지 물음에 직면한다. 왜 신화는 역사의 구체적 상황의 묘사보다는, 상징과 은유로써 표현되고 있을까? 지극히 현실성과 합리성을 결여한 것처럼 보이는 신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우리학교 교양교육원 윤명철 교수가 최근 펴낸 ‘단군신화, 또 다른 해석’은 그간 품어왔던 신화에 대한 아리송한 물음에 적확한 열쇠를 제공해 준다.
필자는 무수한 역사적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만들어온 집단에게는 존재의 가치나 의미를 넘어서는 존재의 절대 명분과 무한한 힘이 필요함을 지적하며, 그 무한한 힘은 ‘정체성(identity)’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즉, 우리민족에게도 ‘단군신화’라는 우리민족만의 정체성(identity)이 작용해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군신화가 표방하고자 하는 내용은 단군의 존재유무와 내용의 사실 여부를 규명하기 보다는 그것을 뛰어넘는 ‘진실의 문제’에서 접근해야 함을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나이는 단군기원으로 올해가 4341년째가 된다. 서기 2008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단기를 헤아리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는 바야흐로 본격적인 실용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미래지향적 태도를 권장하는 실용의 시대 앞에서 우리는 뿌리를 잊고서 너무 내달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군신화, 또 다른 해석’은 단군신화와 관련된 조선의 건국시원, 국가의 체제, 문명의 발전단계와 같은 구체적인 역사 활동을 논리적으로 설명함과 더불어 정체성(identity)회복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황복수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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