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의 시장주의적 교육관 무엇이 문제인가

안진걸(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우리나라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입장에서 가장 부러운 것은 아마도 유럽의 대학 이야기일 것이다. 등록금이 매우 싸거나 아예 없기 때문이다. 아, 어떻게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2008년 등록금 1천만 원 시대, 등록금 폭등 사태의 한 복판에 있는 것이 우리사회의 현실이니 부러움과 고통스러움의 탄식이 절로 터져 나온다. 2008년 서울 지역 K대 의대 신입생의 경우 입학금까지 포함한 연간 등록금이 1천 4백만 원에 이르고 있고, 로스쿨을 포함해 곧 있으면 등록금만 ‘2천만 원 시대’가 우울하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저항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현실이 되고야 말 것이다.

 지금 한국의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너무나 힘들어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대학생 숫자는 300만 명에 달하고 있어 몇 집 건너면 대학생들이 있고, 몇 집 건너면 곧 자제가 대학생이 되게 돼 있다. 대학생 300만 명과 곧 대학생이 될 이들,  그리고 가족까지 포함하면 1천만에 가까운 우리 국민들이 지금 등록금 문제로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사교육비로 큰 고통을 겪는 우리나라 가정에 등록금이 ‘화룡점정의 고통’을 주고 있는 셈이다. 2007년 사교육비로 우리 국민들이 20조원쯤을 부담했다는 통계까지 나와 있고, 졸업 후의 삶이 청년 실업 사태와 ‘88만원 세대’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까지를 감안하면 지금의 등록금 폭등 사태가 주는 체감 고통은 더욱 크다 할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사회가 됐을까? 바로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 사회의 책임을 포기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재단과 대학이 학생들을 돈벌이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등록금 의존율 80%’를 설명할 길이 없다. 몇 년동안의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물가인상율의 3-4배 이상씩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의 행태를 설명할 길이 없다. 교육의 공공성, 사회성을 포기하고 교육을 시장논리에 맡겨버리고 있는 것이다. 시장은 공공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제아무리 도덕적인 행위주체가 참가하더라도 시장은 무엇보다 ‘이윤’을 먼저 고려하게 돼있다. 그것이 인류 역사 동서고금을 통해 증명된 일이 아닌가. 

 프랑스는 대학 등록금이 연간 100∼230유로(약 15만∼33만원) 수준이다. 독일은 예전엔 학기당 100유로 정도의 학생회비만 받았다. 하지만 학생들이 대학에 오래 머문다는 지적에 따라 2006년부터 일부 주에서 학기당 500유로(약 72만원) 정도의 등록금을 받고 있다. 스웨덴 핀란드 등은 대학 교육이 무료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배우고 싶은 국민이 있다면, 대학교육까지는 가급적이면 돈 걱정 없이 무상으로 지원하는 게 국가의 책임, 사회의 도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공정한 자본주의를 위해서 고등교육까지 보장함으로서 국민들이 소득격차와 상관없이 공정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것이 유럽이 가지고 있는 교육철학이고, 사회철학이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은 대학을 포기하거나, 설령 대학에 가서도 엄청난 고통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런데도 국가와 사회는 이를 나 몰라라 한다. 작년 62만 건의 학자금 대출 중에서 무이자 대출은 9.7%에 불과했다. 정부 통계상 20만여 명의 저소득층 대학생들 중 2만여 명만 무이자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나머지는 어떻게 됐을까. 그 고통을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지금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등록금이 비싸고, 자본주의 역사가 유럽과 다르다는 미국도 저소득층 대학생들에게는 학비를 아예 면제해주거나 대폭 경감해주고 있다. 장학금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하버드대는 올해부터 연소득 18만 달러(약 1억7000만원) 미만 가구 학생에 대해선 등록금을 연간 가계 수입의 10% 이하로 내렸다. 예일대는 올해부터 연소득 12만달러(약 1억1300만원) 이하 가정 출신 학생에겐 등록금을 50% 감면해 주고 연소득 6만달러 이하일 경우에는 면제하기로 했다. 이것이 바로 교육이 갖춰야할 최소한의 공공성이다. 우리나라의 친미 위정자들은 미국으로부터 나쁜 것만 배우지 말고, 제발 좋은 점도 배워야 할 것이다.

 위에서 살핀 대로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은 시장주의를 기조로 삼고 있다. 인수위가 정부 조직을 ‘인재과학부’로 개편하려다, ‘교육’을 실종시켰다는 비판을 받자, 다시 ‘교육과학부’로 개칭한 것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름을 다시 바꾸었다고 해서 교육에 대한 관점과 태도가 바뀌지 않았음은 명백하다. 등록금 문제도 시장의 자율, 대학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폭등 사태는 계속 될 것이다. 중학교까지 입시지옥에 빠뜨리고, 사교육을 창궐시켜 학생, 학부모들에게 엄청나게 부담을 줄 것이 뻔한 자사고, 특목고 300개 정책, 그리고 고교평준화 해제 방침도 즉각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은 시장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교육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논리, 사회성의 논리, 공공성의 논리가 필요하다. 그래야 학생도 살고, 학부모도 살고, 교육도 살고, 그 사회도 살게 된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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