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도서관 신해철 과장은 꽃샘 추위가 한창이던 지난 달 13일 국제우편 한통을 받았다. 편지의 발신인은 일본 고마자와 대학. 고마자와 대학이 동국대 소유로 보이는 고서를 반환하겠다는 공문과 함께 고서의 사진을 보내 온 것이다. 편지를 받은 신 과장은 사진의 고서가 정토삼부경의 하나인 ‘불설아미타경’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공문을 읽어 내려간 신 과장은 이 책이 동국대학교의 전신인 중앙불교전문학교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도서관 장서인이 찍혀있고 중앙불교전문학교 교수를 지낸 에다 도시오의 유족이 기증해 입수경위는 불분명했지만 분명 중앙불교전문학교가 소유했던 것이었다. 신 과장은 시일이 지체되면 환수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부족한 일본어 실력에도 사전을 찾아가며 하루 만에 답장을 썼다. 중앙불교전문학교를 계승한 우리학교에 소유권이 있음을 밝히고 빠른 반환을 요청하는 한편, 이를 계기로 학술교류 및 자료교환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난 달 19일 중앙도서관에 불설아미타경이 도착했다. 이번에 환수된 불설아미타경은 목판 언해본으로 17세기 전반에 간행된 것으로 보인다. 1623년 해남 대둔산에서 간행된 ‘화엄경 보현행원품’에 등장하는 ‘비구 찰안’이라는 법명의 스님이 불설아미타경에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진왜란(1592~1598) 직후의 한글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본 아미타경은 오랫동안 방치돼 해충과 미세먼지의 피해를 군데군데 입긴 했지만 400년의 시간을 보여주는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이번 환수에 앞장섰던 신 과장은 “높은 가치를 지닌 고서이기 때문에 반환이 쉽지 않았을 것임에도 양심을 지킨 고마자와 대학에 감사하다”며 겸손해 했다. 이번 불설아미타경 환수는 쉽게 보아 넘길 수 있는 공문하나도 성실하게 꼼꼼히 읽고 최선을 다한 직원의 노력과 고마자와 대학의 양심이 만들어낸 결과다. 자신의 일에 충실했던 노력이 모여 건학이념을 담은 귀중한 문화재를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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