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수준 고려, 고등 교육비 지원 확대 … 등록금 후불제 가장 적합

기획연재 - 등록금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① 등록금 문제 의 본질
 

대학등록금 1000만원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도 전국의 각 대학들이 등록금을 적게는 6%, 많게는 14%까지 인상했다. 매년 되풀이되는 등록금 인상문제의 본질은 무엇인지,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동대신문은 등록금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근본적인 갈등원인을 알아보고자 연재 기획을 준비했다.

편집자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등록금이 대폭 인상되었다. 최근 수 년 간의 통계를 보면, 거의 매년 대학등록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의 2-3배에 달하고 있어 등록금이 물가상승을 주도한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높은 등록금으로 인해 대학 재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받는 고통은 엄청나다.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일부 학생들은 등록을 포기하기도 하며, 또 어떤 학생들은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장시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대학을 다니는지 대학을 다니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대학등록금이 비싼 이유

왜 등록금은 언제나 일반 물가상승률에 비해 많이 올라야 하는가? Paul M. Sommers는 등록금 인상 원인을 대학의 담합행동으로 설명한다. 그는 1981-1997년까지 16년간의 아이비 그룹을 포함한 미국의 소수 명문 사립대학들의 수업료 인상추이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수업료 인상패턴에 담합의 흔적이 있음을 밝혀냈다. Wall Street Journal은 아이비리그 대학의 등록금담합 행위를 “OPEC가 부러워할 가격결정 체제”라고 비난한 바 있다. 2007년 한국에서도 대학 기획처장들이 등록금인상 결정 전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와 관련, 감사원이 대학들의 등록금인상 담합의혹을 조사한 바 있다. Ehrenberg & Murphy는, 대학 측이 대학교육비의 실제상승을 과장하고 있어 과대한 인상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수업료 인상을 공급측면에서 다룬 학자로는 Baumol이 있다. 그는 비교역서비스(non-traded service)인 고등교육의 생산성 증가가 크지 않기 때문에, 그 가격은 투입물들의 임금(교수와 기타 전문직들의)상승률과 함께 상승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역재나 또는 생산성이 높은 타 재화들의 시장가격보다 높아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Robert C. Dickeson는 대학등록금이 비싼 이유로서 대학교육의 노동집약적 성격, 고 관리비와 저 효율성, 정부의 과다한 규제, 고가의 투입물,

학생들의 요구증가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등록금 인상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시장화로 인한 국가의 재정지원 축소에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고등교육의 시장화가 가장 많이 이루어진 국가이다. 그것은 여러 가지 교육지표와 정책으로 확인되고 있다. ①사립대학의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크고 사실상 영리기관화 되어 있으며 ②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거의 없는데다 ③대부분의 교육재정이 사적 부담에 의해 운영되고 ④소득대비 수업료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⑤대학교육에서조차 사교육비부담이 상당하며 ⑥저소득층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거의 없는데다 ⑦등록금 인상을 가져 올 국립대학의 민영화(사립화)가 추진 중인 점 등이 그 증거이다.

이러한 상황은 필연적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증가 즉, 수업료의 상승을 가져오고 있다. <표 1>에서 OECD 회원국들의 수업료를 비교해 보면 한국,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시장화 정도가 높은 국가들의 수업료가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은 등록금후불제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의 수업료 수준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여기서 국가적 통제가 작용함을 알 수 있다. 고등교육의 공급방식은 다양하다. 무상으로 공급되는 국가도 있으며, 고가에 판매되는 국가도 있다. 공공연하게 가격차별이 이루어지는 국가도 많다.

교육비 지원 OECD 국가 중 최하위

최근 대학등록금 인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고 있지만, 대부분 논의의 초점을 단순히 등록금 액수자체나 인상률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어 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학생에게 있어 등록금은 대학교육을 받는 비용이지만, 대학에게는 중요한 수입원이 되며, 국가차원에서는 사회 각 분야 발전의 기반구축 비용이 된다. 따라서 첫째, ‘저소득계층이 무리 없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인가’ 둘째, 교육비가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보장할 만한 수준인가’ 셋째, ‘국가의 지원은 충분 한가’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등록금 문제를 살펴보자.

첫째, 대학생1인당 연간 공교육비가 세계최저 수준이다. <표 2>에서 보듯이 한국의 학생1인당 고등교육비는 2002년을 기준으로 겨우 U$6,047에 지나지 않아, OECD평균 U$13,343의 절반수준도 되지 못하며 미국의 1/3에도 이르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은 <표 2>에 나타난 국가들의 중고등학생1인당 교육비보다 적은 비용으로 공부를 하고 있으며, 이 액수는 미국과 일본의 초등학생1인당 교육비보다 적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교육이 발전할 수 있겠는가? 세계 100위권 내의 대학이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둘째, 등록금 수준이 소득수준에 비해 너무 높다. 미국대학과 비교해 보자. 2004년 기준 미국의 1인당 GDP가 $39,700인 상태에서 수업료와 기숙사비 및 식비를 포함한 공립대학의 등록금은 평균 $13,833이고, 사립평균은 $29,500이다. 같은 해,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14,100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사립대학의 등록금은 연간 650만원이 넘고 국공립대학은 350만원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미국처럼 숙식비 등을 포함한다면, 우리나라의 소득 대비 등록금수준은 미국보다 결코 낮지 않다. 또한 미국의 사립대학이 전체의 27%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78%에 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의 등록금 부담이 훨씬 높아 세계최고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셋째, 국가의 교육비지원이 너무 작다.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비중이 전체 고등교육비의 15%에 지나지 않아 OECD 평균 78.1%의 1/5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 민간부담은 81.5%로서 고등교육비의 대부분을 학생개인이 부담하고 있다. 우리나라 다음으로 고등교육이 시장화되어 있는 미국과 일본의 사부담 비율도 각각 54.9%와 58.5%에 지나지 않는다.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액을 우리 돈으로 환산(편의상 U$1=1,000원으로 계산)했을 때, 덴마크 1,486만원, 핀란드 1,133만원, 독일 1,007만원, 프랑스 795만원, 미국 926만원, 영국 851만원, 일본 485만원으로서 OECD 평균이 1,042만원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단돈 90만원에 지나지 않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민간 부담 낮추고 국가 지원 늘려야

대학등록금은 대학교육이 지닌 노동집약적 성격에다 대학 간 담합, 운영비용의 과장, 대학 간 경쟁의 격화 등에 의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등록금 책정에 있어 인상률 통제(상한제)와 경쟁에서 협조체제로 전환, 대학 간 담합감시, 대학구성원들의 참여에 의한 결정 등이 필요한 조치가 될 수 있다. 또 등록금 문제를 대학생만의 문제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교육권 확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대학교육비를 묶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충분한 교육비 확보가 있어야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발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학교육비 수준은 대학교육을 경쟁력 있게 발전시킬 수 있을 정도가 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시장화정책에 따라 국공립대학까지도 대학이 등록금 결정권을 갖고 있어 대학등록금 수준은 저소득층의 대학교육 접근을 방해할 만큼 높다. 여기에 국가의 지원이 거의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등록금 문제가 검토되고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등록금에 관한 여러 가지 주장 가운데, 학자금융자제도의 확대는 학생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기 때문에 폐지되어야 하며, 등록금의 절반수준 인하주장은 대학교육의 질을 후퇴시킬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교육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해결책은 국가의 지원을 늘리고 민간의 부담은 낮추면서 전체적으로는 고등 교육비를 지금보다 증액시키는 정책이어야 한다. 이러한 방향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 등록금 후불제이다.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고 공급하고, 그 수익자인 국가와 개인이 사후에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를 확보하기 위한 범국민적 연대가 필요하다.

 박 정 원
상지대 경제학과 교수
전국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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