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 눈빛거리 축제 일본 자원활동 체험기

“오겡끼데스까. 와타시와겡끼데쓰.” 영화 ‘러브레터’를 미처 보지 못한 사람이더라도 이 유명한 대사 한 마디는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주인공 후지이 이츠키의 고향이자,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일본 홋카이도의 작은 항구도시 오타루.

 하얀 눈이 수북이 쌓여 거리가 가장 아름다울 시기인 2월, 매년 오타루에서는 ‘오타루유키아카리노미치(小樽雪あかりの路:오타루 눈과 촛불의 거리)’라는 축제가 열린다. 나는 올해 제10회를 맞게 되는 축제에 한국인 자원활동단의 일원으로 참가하였다. 2003년, 제5회 축제에 8명의 한국인이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성장하는 축제와 함께 한국인 자원활동단의 참여도 더욱 활발해 지고 있다. 올해는 특히 ‘OKOVO(Otaru snow gleaming festival KOrean VOlunteers)’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여러 회장 중 한 곳(운하B 회장)을 OKOVO만의 전용 회장으로 꾸몄다. 자원활동가들은 축제가 열리는 곳곳에서 활동한다. 초반 2~3일은 설상을 제작하고, 본격적인 축제 기간에는 촛불 관리와, 설상의 보수, 그리고 관광객들이 축제를 더욱 더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대외 활동’이 붐이 되고 있다. 공모전이며, 홍보대사며, 자원활동이며 그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이다. 물론 개인적인 흥미로 활동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취업에의 끈을 공고히 하기 위해, 다시 말해 경력을 쌓기 위해 활동하는 학생들의 수도 적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장래, 축제의 스태프로 일하고 싶은 일어일문학과 학생에게, ‘유키아카리노미치’는 축제와 일본이라는 커다란 관심사 두 가지가 잘 조화된 큰 판이었다. 놓칠 수 없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축제가 끝난 후, 나는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축제와 오타루를 사랑하게 되었다. ‘오타루유키아카리노미치’는 너무나도 인간적이다. 

 하나하나 사람의 손으로 꾸며진 거리위에 작은 촛불을 놓고 불을 밝힌다. 그 빛 속에 오타루 시민들, 축제 스태프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일본인 자원활동가들, 국경을 초월한 해외 자원활동가들, 눈과 촛불의 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 그리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감동이 있다. 서툰 솜씨로 만든 어설픈 설상을 보고 미소 짓는 사람들을 만날 때 나는 행복을 느꼈다. 양말을 다섯 겹이나 신어도 발이 꽁꽁 얼어버릴 만큼 매섭게 추운 날씨. 하지만 나는 그 속에서 더할 나위 없는 포근함과 따뜻함과 마주했다. 한국에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지독한 ‘오타루 후유증’에 얽매여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오타루의 시리도록 하얀 거리에 서 있는 것만 같다.
가끔은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글=정유리(문과대 일문3)
사진=OKOVO 영상팀 한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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