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노을
                                                                       이세라

신발을 구겨 신은 아이들이 굴다리 밑을 지나 하교 한다
매주 토요일 하천으로 봉사활동을 나오는 날이면
나는 종일 네잎클로버를 찾곤 했다

떼 지어 사는 것들을 보면 왜
‘몰살’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가;
텅 빈 거리를 남겨두고 앰뷸런스가 지나면
부드러운 잠복기를 갖는 병에 대해 생각하리라

선생님도 참, 자꾸만 나는 아무것도 못 될 거라셔
동생의 짧은 교복 바지를 생각하다
발목이 시려왔다 칼바람이 빠르게, 복사뼈를 휘감는다

동생아, 나는 네가 자라 낯선 동네를 산책하듯 걷다
갓길에 세워둔 차를 신고하고 몰래
숨어 지켜보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막다른 골목으로 꼬마들을 몰아넣고
언 뺨을 마구 때리는 소읍의 불량배가 되거라,
금 간 안경을 조심스레 벗어 올려놓는 너의 초저녁에 대해
벽지 위에 남발된 죽은 빗금들에 대해
그들도 알아야하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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