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기도 도량으로 유명한 낙산사의 중심법당인 원통보전 복원을 기념하는 낙성식과 범종타종식이, 전국 각지에서 참가한 1만5천명의 사부대중이 운집한 가운데 지난주 봉행되었다.

낙산은 신라시대부터 관세음보살이 상주하시는 곳으로 간주되었고, 의상(625~702) 스님이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백화도량발원문」을 지은 곳이기도 하다. 발원의 내용은 관세음보살을 본사로 모시고 본사와 같아지며 관세음보살을 도와, 모든 이들이 관세음보살 계시는 백화도량에 왕생하여 다함께 깨달음의 무생법인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2여 년 전 강원도 일대를 강타한 대형 산불이 천년고찰 낙산사로 불어 닥쳤고, 순식간에 번진 불은 사찰 내 전각 15개동을 태우고 보물 479호인 동종을 녹였다. 대중들도 화마가 덮치지 않은 건물 앞에서 양동이로 물을 나르며 불을 끄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시커멓게 탄 수풀 위로 빨간 불씨들이 바람에 날려 또 다른 초목에 계속 옮겨 붙었다고 한다.

바다를 내려다보며 당시 일을 회상하던 한 스님이 말했다. “바다물이 저렇게 많아도 불을 끄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염분이 있는 바닷물은 불에 껴 얹으면 불이 더욱 활활 탈것이었다.

불에는 열과 빛이 있다. 빛은 반야지혜를 상징하지만 열은 욕화(慾火)라고 하여 욕망의 비유로 사용되어 왔다. 중생이 하고자 하는(=欲) 일은 대부분 욕망의 불을 점점 드세게 하여 자신과 남을 파멸로 몰고 간다. 그런데 욕망의 불이 꺼지게 하는 불도 있다.

번뇌의 얼음을 녹이는 불은 열이 강할수록 얼음이 빨리 녹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되면 불도 함께 꺼진다. 바로 좋은 욕심이라는 의미의 증상욕(增上欲)이다. 이 증상욕은 열반의 안온함을 얻게 하고 해탈로 이끈다. 만인의 이익과 안락을 위하는 원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모든 중생들이 고통을 여의고 안락을 얻게 하는 대자대비 관세음보살을 본사로 모시는 의상스님의 원을 다시금 되새겨 본다.

전해주
불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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