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시나리오부문 심사평

올해의 응모작들은 예년의 수준을 뛰어넘는 수준작들이어서 무척 반가웠다.
‘불놀이 가자’는 정제된 대사가 일품이었다. 작품 곳곳에 작가의 열정이 배어있어 호감이 갔으나 도입부의 상황 설명이 절절한 감성으로 다가오지 않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빨래’는 군더더기가 전혀 없는, 꽃처럼 예쁜 작품이었다. 작품을 읽는 내내 상징과 비약이 충돌하며 다양한 상상과 발칙한 도발을 꿈꾸게 해주었다.

‘트럭’은 습작기에 있는 학생작품 같지가 않았다. 그만큼 원숙한 작품이었다. 희곡은 공연을 전제로 한다. 흥미롭게 출발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그 흥미 속에 더 빠져들게 해야 하고 공연이 끝났을 땐 긴 여운과 진한 감동이 남아야 한다. ‘트럭’은 바로 이런 극작가의 임무에 충실한 작품이었다.

인물이 생생하게 살아있어 생동감이 넘쳤으며, 양파 껍질을 하나씩 벗겨가던 인물이 클라이막스에 다다르자 속살을 드러내며 미인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하여, ‘트럭’을 장원으로 ‘빨래’를 가작으로 선한다.

이만희(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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