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부문 심사평

총 네 편의 작품이 본심에 올랐다. ‘악수’와 ‘지금은 아무도 거기에 앉지 앉는다’가 섬세한 감성과 서술의 미학을 추구한다면, ‘칼릴레이’와 ‘비계 위에서’는 역동적인 사건의 전개에 비중을 두고 있다.

‘비계 위에서’를 가작으로 뽑는다. 공사판을 전전하며 아버지를 찾으려는 대학생이 주인물이다. 이 작품은 노동현장에 있는 건장한 남성들의 거친 목소리가 미덕이다. 현실의 재현에 충실하고자 하는 정통 리얼리즘 소설의 맥을 잇고 있으며, 아버지와의 불화가 드러나는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가 끼어드는 방식이 이 거친 서사의 전개 과정에 재미를 주는 요소다. 플롯을 다루는 재능이 보인다는 뜻이다. 결말의 부자 상봉 장면이 다소 억지스러운 게 아쉽다.

‘지금은 아무도 거기에 앉지 앉는다’는 ‘비계 위에서’와 기법상으로 반대편에 있는 작품이다. 꿈과 현실을 오가는 장면, 그로테스크하고 환상적인 분위기가 마치 애니메이션 서사를 보는 듯하다. 창의와 상상력,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언어의 자유로움에 대한 실험정신이 돋보인다.

그러나 이런 미덕들을 뒷받침해주는 진정한 힘은 이 소설의 문체이다. 기괴한 밤의 이미지, 피아노의 질감과 소리와 인물의 내면을 묘사하는 부분들이 깔끔하고 섬세하며 웅숭깊다. 내공이 느껴진다는 뜻인데, 글쓴이의 장래에 대한 일종의 믿음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하여 장원으로 선한다. 두 사람의 수상을 축하하고 나머지 학생들에게도 지속적인 정진을 바란다.

윤재웅(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