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학사제도, 보완·수정 필요

강의평가 마감 4시간 전, ‘아주 그렇다’에 모두체크, 건의사항은 ‘고맙습니다’로 통일.
강의평가를 해 본 학생이라면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학생이 강의내용을 직접 평가해 교원의 강의법을 보완하고 학생에게 양질의 수업을 제공하고자 만들어졌던 강의평가. 최근 강의평가는 횟수를 늘리고 교원성과평가 시스템에 반영돼 교원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이렇듯 강의평가의 비중은 커졌지만 획일적인 질문과 학생들의 능동적 참여부족으로 자료의 신빙성을 잃고 있다. 강의평가의 보완 및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 강의평가의 문제점

우리학교의 강의평가는 지난 2000년 2학기부터 인터넷을 통해 실시됐다. 초창기 참여율은 70%에 불과했으나 현재 강의평가 참여율은 90%를 웃돌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강의평가를 하지 않을 경우 성적을 조회할 수 없기 때문에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미나(사과대1) 양은 “많은 학생들이 성적을 보기위해 강의평가를 한다”며 “결과가 공개돼서 다음 수강신청을 할 때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무처는 “강의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참여율이 높아야 한다. 이와 같은 제재는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고 밝혔다.

강의평가의 질문내용이 획일적이어서 다양한 성격의 강좌를 평가하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다. 2학기부터는 영어강좌에 대한 질문이 따로 마련되긴 했지만 여전히 각 강좌의 특성에 맞는 질문은 부족한 실정이다.

고전세미나, 작문과 발표 등의 모둠수업, 실험 수업 등 각 강좌의 성격에 적합한 평가 질문이 마련 돼 있지 않은 상태다. 또한 2학기의 경우 리모델링 공사 등으로 인해 강의 환경이 나빠짐에 따라 ‘강의환경에 대한 평가도 같이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 되고 있다.

그렇다면 강의평가의 대상이 되는 교원은 강의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교원은 강의평가 자료를 학교 정보통신망인 그룹웨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학생 개개인의 평가는 보여 지지 않고 항목별 점수 분포도를 볼 수 있다.

또한 건의사항은 익명으로 처리돼 확인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를 토대로 실질적인 강의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정보만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이 평가를 하는 주체임에도 평가 결과를 볼 수 없어 강의평가에 대한 성실한 답변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세계화의 이해’ 수업을 진행하는 정창익 강사는 “학생들이 강의평가를 공개해달라는 요구를 이해한다”며 “다만 강의평가 점수를 위한 인기영합적인 강의가 이뤄지지 않을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학교 측에서도 강의평가 공개여부에 대해서는 교원과의 마찰을 우려해 조심스러워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준영 (경제2) 군은 “교수님들과 강의평가 이후에 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원하는 수업과 교수님이 만들고자 하는 수업에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의 실태

다른 대학의 강의평가도 우리학교와 비슷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수년째 비슷한 문항을 강의평가에 쓰고 있고 강의평가 후 교수의 피드백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카이스트는 우리학교와 마찬가지로 강의평가를 하지 않을 경우 일정기간 성적을 볼 수 없도록 해 참여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상태다. 서울대의 경우 교양과목에만 강의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형식적인 강의평가의 틀에서 벗어나 강의평가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는 사례도 있다. 한양대는 강의평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 자료를 단과대별 업적 평가위원회에 넘겨 교수들의 승급, 승진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총학생회는 학교에서 하는 강의평가와는 별도로 자체 공개강의평가를 실시한다. 교양과목을 제외한 모든 전공과목을 대상으로 총학 홈페이지를 통해 강의평가가 실시되고 있다.

경희대 부총학생회장은 “학사지원과에서 만든 선다형의 질문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주관적인 의견에 중점을 두고 강의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총학생회가 진행하는 공개강의평가 자료는 다음 학기 수강신청기간 전에 책자로 만들어져 배포된다. 학생들은 이를 토대로 다음 수강신청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획일성 탈피 필요

만약 학교가 교원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강의평가 공개를 거부한다면 경희대 총학생회의 경우처럼 학생자치기구의 노력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자신이 양질의 수업을 선택해서 들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강의평가는 지난 1993년 한신대를 처음으로 시작돼 우리학교 뿐 아니라 대학가의 보편적인 학사제도가 됐다. 하지만 ‘친구 따라 강남가기’식의 제도 차용은 형식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형식적인 운영은 형식적인 답변으로 이어져 효과를 십분 발휘할 수 없다. 이는 강좌별, 학과별 특성에 맞는 맞춤식 강의평가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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