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행사 높은 참여율 … 대의기구로서 여론수렴 의지 부족

총학생회의 지난 1년을 돌아본다


39대 총학생회(회장=정형주ㆍ통계4, 이하 총학)의 임기가 한 달 가량 남은 현 시점에서 1년 동안의 활동을 되짚어 보았다. 올해 총학은 다양한 문화행사들로 학생들의 문화적 욕구는 충족시켰지만, 진행과정에서 지나치게 학교예산에 의존한 점과, 학생자치기구의 사업이라고 하기에 걸맞지 않는 행사들이 학생회이름으로 진행된 것이 아쉽다는 것이 중평이다.

독립성·투명성 문제

먼저 학생자치기구로서의 독립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평가가 있다. 현재 학생회비 납부율은 40%대로 떨어진 상태다. 1학기 총학예산은 700여 만 원이었다. 그러다보니 학생회비만으로는 다양한 학생회 사업을 진행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올해 총학 사업들은 학교에서 지원받은 예산으로 상당수 진행됐다. 동국 시네마데이, 목멱가요제, 세계의 대학을 가다 등의 사업은 많은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이다. 즉, 학생자치기구 차원에서 진행할 만한 수준의 사업이 아니다.

현재 거둬지는 학생회비만으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면, ‘학생회비를 내야 학생회가 힘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그리고 총학이 학생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학생들이 학생회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학생회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학교예산을 요청하고 이를 집행하는 데 머무른다면 학생자치기구로서 총학의 위상은 갈수록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두 번째로, 학생회 운영의 투명성 문제다. 2007학년도 등록금 인상문제에 대해 학교 측과 총학 측이 최종 합의점을 도출한 결과 등록금 인상률 중 1.5%가 하향 조정됐다. 조정되는 1.5%중 0.5%는 T-Money카드에 적립되는 방식으로 개인별 지급이 되고, 나머지 1%는 총학이 제안하는 교육환경 및 학생복지 개선 사업비로 집행하도록 했다.

등록금 중 1%를 총학이 제안하는 사업에 쓰겠다고 한 이상 이 돈을 어떤 사업에 얼마만큼 투자할 지에 대해서는 학생회차원이 아닌 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의견 수렴이 이뤄졌어야 했다. 또한 예산이 집행 된 후에는 어떻게 쓰여 졌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학교에서 예산을 받아 집행한 사업에 대한 감사와 결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부사업 평가

총학이 시행한 세부적인 사업들을 살펴보자. ‘동국 시네마데이’는 매회 높은 참여율을 보이며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은 문화 사업이다. 지난 등록금협상 테이블에서 총학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동국 시네마데이를 위해 180석 규모의 상영관을 하루 6회 대관하는데 드는 비용이 5백~6백만 원이다.

총학이 기획한 대로 이 행사를 1년 동안 6회 진행하면 3천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학생들에게 무료영화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좋은 취지이나 많은 학생들이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선착순 접수로 무료 관람 기회를 주는 것이 좋은지 혹은 수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좋은지 광범위한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

한편 9월 10일부터 5일 동안 진행된 ‘클린 동국 캠페인’의 경우 △캠퍼스 차 없는 날 실시 △클린 게시판 설치 및 운영 △불법광고 현수막 및 광고물 제거 △도서관 및 강의실 에티켓 지키기 △면학분위기 방해소음 유발방지 등의 내용으로 학내 구성원들의 의식을 환기시키는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특히 학내차량 관련 캠페인은 장기주차 차량을 30% 정도 감소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단순히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차량5부제 실시 등으로 제도화 시키려는 추후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평이다. 또한 클린 동국 캠페인이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은 10월 초에는 총학생회가 주최한 동국인 남산 걷기 대회를 알리는 포스터가 바닥 및 게시판에 난무해 ‘일회성 캠페인에 지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학생회비 납부자 혜택 논란

총학이 진행하는 사업 중 ‘학생회비를 납부한 학생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은 문제다’라는 지적도 있었다. ‘동국 시네마데이’ 신청자 중 우선선정, ‘목멱가요제’ 2차 예선에서 가산점 부여, ‘세계의 대학을 가다’ 신청자 중 우선선발 등이 그 예다.

앞에서 말한 사업들의 경우 학교에서 지원받는 예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총학은 전체 학생들을 위한 대의기구이니 만큼 학생회비 납부 여부로 혜택의 차별을 둘만한 근거가 없다.

하지만 이는 학생회비 납부율을 높이기 위한 총학 측의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기 전에 학생들 스스로 학생회비를 납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학생회비 납부를 통해 총학의 경제적 기반이 형성돼야 학생자치기구로서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의견 수렴 부분에 있어서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학제개편안 발표’에 대해 총학은 전체 학생대표자 회의를 열어 ‘문제점 개선을 위한 학교 측과의 지속적인 협상’과 ‘설문조사를 통한 여론수렴’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학제개편안에 대해 총장, 부총장, 학사지원본부장 등과의 면담을 통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전달한 점은 학생들을 대표하는 대의기구다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얼마나 성과가 있었는지는 되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또, 신정아 사건과 만해관 열람실 폐쇄에 따른 학생들의 불만사항에 대해서는 여론을 수렴해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신정아 사건 때는 외부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학생회의 입장을 밝히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성명서 발표 이후, 한 번의 설문조사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별다른 활동이 없어 스스로 입지를 축소시킨 것이 아니냐는 평을 받았다.

다양한 문화사업 진행, 화려한 공연 유치 등은 학생들의 높은 참여율과 함께 학창시절 추억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또한 농활체험, DMZ봉사활동 등은 학생들과의 유대감 형성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행사참여가 아닌 학생회 사업 자체에 관심을 높이고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은 아쉽다.

아직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남은 임기동안 학생자치기구로서의 위상을 지키고, 학생다운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선다면 그동안의 활동들이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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