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교 ‘하람’ 봉사 체험기

“하람인이 되기 전, J씨에게 토요일은 그저 ‘무한도전 하는 날’이었습니다. 이제 J씨에게 토요일은 ‘하람 하는 날’입니다. 자기만의 주말을 접어 세상을 펼친 J씨를 두고 괴테는 ”주체성을 잃었으나 세계를 발견했다”라며 격려합니다”

지난 한주동안 5기 모집을 위해서 배포했던 전단지 내용 중 일부다. 전단지 지면으로는 미처 다 싣지 못했던 J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하람을 하기 전, J에게 토요일은 그저 ‘오후만 있던’ 날이었다. 밤새도록 틀어둔 라디오에서 ‘윤종신의 두시의 데이트’가 흘러나올 무렵에야 비로소 J는 잠에서 깼고, 그런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부모님의 잔소리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J는 게시판에서 하람 모집 공고를 보게 된다. “동국대학교 한글학교 하람은 토요일 오전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칩니다. 이와 더불어 두 달에 한 번씩 마지막 주 토요일을 ‘이벤트 데이’로 정해서 외국인들과 함께 문화체험을 하며, 그 밖의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3.15:1의 경쟁률을 뚫고 대학에 들어온 J는 4:1의 경쟁률 속에서 하람인이 된다. 첫 수업날 J의 휴대전화는 약속 시간인 10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각을 면했다는 생각에 당당하게 강의실로 들어간 J, 사람들 눈초리가 어쩐지 부담스럽다.

 

그날 J는 휴대전화 액정에 시간이 10시 30분으로 찍혀 있어도 하람에서는 지각으로 처리된다는 것을 알았다. 10시 30분으로 숫자가 바뀌는 순간 정시(定時)로부터 몇 초가 흘렀다는 게 이유였다.

기획국, 관리국, 교육국 중 교육국에 속한 J는 수분별로 기초, 초급, 중급, 고급으로 반이 나뉘는 가운데 초급반으로 배치되었다.

담임교사가 앞에 나와 수업을 하는 동안에 외국인 옆에 앉아 틈틈이 외국인을 도와주던 보조교사 J는 한국어로 묻고 영어로 답해도 서로간의 뜻이 통하는 색다른 경험을 한다.

매주 토요일을 ‘하람하는 날’로 생각하기를 일 년째, J는 모의강의를 거쳐 이번 주 토요일 담임교사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집중해 주세요.” 입을 뗀 순간, 학생들이 질문을 던진다.

“집중이 뭐예요, 선생님?” 이마엔 땀이 흘러내리고 부들거리는 다리는 통 멈출 줄을 모른다. 숨고르기를 하는 와중에 추석을 앞두고 외국인들과 함께 송편을 빚었던, 작년 성탄절에 강화도 한우리 장애인 마을에서 ‘몰래 산타’를 했던 날들을 되짚어본다.

 

그리고 올 겨울에 있을 국제워크캠프(IWO)와의 제휴 아래 인도네시아로 떠날 봉사여행을 떠올린다. 교탁 위에는 J를 비롯한 하람인들이 직접 만든 한국어 교재가 놓여 있고, 그것을 펼치자 J의 마음이 진정된다.

앙드레 지드가 그랬다지. ‘그대를 닮은 것 옆에 머물지 마라. 결코 머물지 마라……. ‘너의’ 집안, ‘너의’ 방, ‘너의’ 과거보다 더 너에게 위험한 것은 없다.’ 앙드레 지드는 반만 맞았다.

국적이, 피부색이, 언어가 달라서 재밌는 하람 교실이지만, ‘ㄹ’을 곧잘 흘려 쓰는 한국인과 외국인들은 퍽 닮았다. 그런 우리에게 무서울 것은 없다고 J는 생각한다. “집중이 뭐냐면요…….” 한층 밝아진 J의 목소리가 만해관 강의실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구성미(문과대 국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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