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밤길 문화 만들자”는 취지로 개최, 여성콜택시제도 등 실효성 돋보여


“여자들이 대체 그 시간까지 뭐하고 다닌 거야?”
“옷차림이 단정하지 못하니까, 이런 일이 발생하지”

지난 8일 홍대 근처에서 발생한 택시 살인사건 등 신문이나 뉴스에서 여성들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 마다 기사 밑에 댓글로 달리는 네티즌들의 뜬금없는 반응들이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달밤에서의 성폭력, 강간, 살해 등을 여성 책임으로 몰아 부치는 세상의 반응에 그들의 핑크빛 반란이 시작됐다.

지난 5일 ‘시청 앞 밤 마실’이라는 주제로 열린 여성전용 파티는 여성들이 늦은 밤 많은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는 요즘 여성들의 안전한 밤길문화를 마련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번 2007년도 파티는, 2006년 여성전용 콜택시제도를 촉구 한 결과로 그것이 이번 9월부터 시행되는 것을 환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3회와는 다르게 여성만을 위한 행사뿐만 아니라 여성이 주체가 되어 시간과 공간을 바르게 사용하고, 올바른 밤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열렸다.

▲ 마실 길 가기 전 - 꽃 달고 분홍 옷 입고

분홍과 꽃은 평화와 여성을 상징한다. 밤 마실을 온 분들은 분홍이 들어 있는 옷을 입거나 소품을 지참하고 또는 머리에 꽃을 꽂고 파티를 즐길 준비를 하도록 한다.

▲ 마실길 퍼레이드

문화미래 이프가 지난해 여성전용파티를 통해 여성전용콜택시의 도입을 촉구한 바 있으며 오는 10월부터 서울시에서 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여성전용콜택시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 파티에서는 이를 자축하고, 올바른 시행을 촉구하기 위해 여성전용콜택시 퍼레이드 및 전시가 이뤄졌다.

무대 미술팀이 안전과 평화를 상징하는 분홍천과 꽃으로 택시를 아름답게 꾸몄으며 행사에 참여한 관객들은 전시된 택시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택시에 직접 타보기도 했다. 조한진(이화여대4) 양은 “여성운동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거부감이 드는데,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또한 운전경력 30년의 여성운전기사 세 분이 분홍으로 꾸며진 여성전용콜택시를 직접 운전하며 광화문과 종로, 시청 인근에서 퍼레이드를 펼쳤다. 택시에는 마녀 복장을 한 가디스가 함께 탑승해 ‘여성전용콜택시’의 도입 환영과 실효성 있는 실행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여성 콜택시 운전자 박승려씨는 “여성전용콜택시 도입이 여성의 밤길 안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마실길 동심 놀이길

앙상한 나뭇가지로만 되어있던 조형물 치유 나무는 관객들의 다양한 메시지로 꽃을 피워나가기 시작했다.
광장 마실에 온 참가자들은 치유나무에 사랑하는 이에게 전하는 편지, 자신의 소망 등 자신들의 이야기로 앙상한 나무에 꽃을 피웠다.

‘저 밤길에도 마음 놓고 놀고 싶어요’, ‘남자도 가끔은 밤 길이 무섭습니다. 남자들을 위한 캠페인은 없나요?’ 등 다양한 메시지로 채워졌다.

▲ 마실길 무대구경하기

밤길에 폭행과 살인으로 유명을 달리한 넋을 기리는 거리제로 공연의 막이 올랐다. 풍물패의 굿과 함께 밤길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평화로운 세상 기원을 하늘에 올렸다. 바이올린, 아코디언 등 다양한 악기로 구성된 오르겔탄츠, 여성 락밴드 메리제인 등 다양한 팀이 공연의 흥을 돋구었다.

장애여성공감의 연극팀 ‘춤추는 허리’가 출연해 장애우가 겪는 밤거리의 위험함을 몸으로 표현해 화려한 밤거리의 어두운 이면을 볼 수 있었다. 팝펑크밴드 고고보이스의 이상태(25)씨는 “이번 행사를 보면서 밤길에서 여성들은 힘적으로 약자이기 때문에 사회제도 차원에서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시청 앞 밤 마실’은 여성뿐만 아니라 노인, 어린이, 장애우 등 다양한 사람들의 참여 속에서 양성이 함께 즐기는 파티였다. 묻혀졌던 여성의 권리를 되찾고자 70, 80년대 운동과 투쟁으로 시작되었던 여성운동은 이제 일상 속에서 모두가 함께하는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여성전용파티가 앞으로도 여성들에게 필요한 제도와 정책들을 계속 촉구하며 세상을 안전하고 평화롭게 바꾸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

글 = 이송이 기자
사진 = 이정훈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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