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지혜에 대한 사랑’이라는 고대희랍어에서 유래했다. 이 때 지혜라 함은, 일상생활의 실용적 지식이 아닌, 인간 자신과 그것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관조적 지식을 의미한다. 이른바, 우리가 일상적으로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포함된다.

▲주요 대학들의 2학기 수시모집이 대부분 마감됐다. 예년에 비해 경쟁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른바 '묻지마 지원'이 몰렸기 때문이다. Y대는 36대 1로 지난해보다 4배 가까이 증가했고 K대 의예과는 173대 1이라는 이례적인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처럼 ‘묻지마 지원’으로 경쟁률이 높아진 것은 올해 수능 등급제를 처음 시행하는 데다 내신 비중 논란까지 겹친 탓으로 보인다. 수시 입학 전형의 다양화, 수시모집 인원 증가와 함께 수능 등급제 시행에 따른 입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이 때문에 이 곳 저 곳 보험 삼아 여러 군데 지원하는 것이다. 입시 상담 교사들마저 올해 합격선 예측에 애를 먹어 원서를 쓰겠다는 학생들을 말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원자가 대폭 늘면서 상위권 대학들의 경우 수시 2학기 전형료로만 30억 원 넘게 거둬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10개가 넘는 대학에 지원한 수험생은 원서 내는 데만 백만 원이 넘게 드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 몫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뀐다. 수능을 치는 그 날까지 또 언제 바뀔지 모르는 불안감이 수험생들을 따라다닌다. 한 해 한 해 입시제도가 바뀌다 보니 수험생들은 혼란스럽기만 하고 지도교사들도 갈피를 잡지 못해 입시지도를 하는데 애를 먹는다.

그렇다면 교육제도를 개편하는데 있어서 무엇이 가장 바탕이 돼야 하는가. 경쟁의 논리, 시장의 논리를 교육에 적용시키기 전에 가장 기본이 되는 ‘철학’이 담겨 있는가를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철학이 빠진 교육은 죽은 교육’이라고.

대학사회가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타고 각종 경영논리와 시장논리를 대학교육에 접목시킨다고 나라 전체 교육제도가 이 물살에 휩쓸려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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