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수강별곡

새 학기가 시작되는 문 앞에서 매번 대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 거대한 문지기가 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수강신청! 항상 피 말리는 경쟁순간인 수강신청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은 이 어디 있으랴. 같은 장소 다른 시대에 존재한 우리학교 학생들의 ‘수강신청 풍속도’를 함께 들여다보자.
 

무조건 수작업! - 6, 70년대

학교에서 만들어 주는 시간표를 따르지 않았을까 추측했던 예전의 동악에도 수강신청은 진행됐다. 당시에는 A4용지 사이즈의 수강신청 카드에 시간표를 짠 대로 손수 적어서 제출했다. 학생들의 제출이 끝나면 수업을 맡은 교수에게 수강신청 한 학생들의 명단이 접수됐다. 그것으로 직접 출석부를 만들어 수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때는 수강신청이 개강과 동시에 시작되었다. 그래서 개강 후 한 달 동안은 등록, 수강신청, 수강정정 등으로 거의 정상적인 수업이 진행되지 못했었다고.

전산화 시대의 시작 - 80년대

아직까지 손으로 적어내는 수강신청 방법을 사용했지만 전산화 시스템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수강신청이 끝나면 전산처리 돼 출석부가 자동 제공되었다. 대부분의 시간표는 전공수업이었기 때문에 교양과목 선택에 경쟁이 심하지 않았다. 인기가 많으면 분반하거나 큰 강의실로 이동해 수업을 못 들어 아쉬울 일이 없었다고.

이시대의 묘미는 듣고 싶은 수업이 한 시간 정도 겹쳐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수작업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이 불가능해 수강신청이 가능했다. 하지만 매번 수업마다 일찍 나가거나 늦게 들어오다 교수님께 ‘찍히면’ 학점을 보장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했다.

비장의 카드, OMR - 90년대

수작업 수강신청은 가고 비장의 OMR 카드의 시대가 왔다. 하지만 이때도 역시 수강정정 까지 이루어져 온전한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2주가량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수강신청 할 때 최소학점 신청제한이 없어 체킹을 하지 않고 OMR 카드를 제출하고 정정기간에 신청 해 2주 동안 ‘땡땡이’를 치는 것도 학기 초의 묘미였다. 하지만 학과당 정원이 적었던 때라 이를 전공수업에까지 적용할 시에는 교수님의 눈 밖에 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학기 초 신나게 수업을 들으러 갔는데 출석을 부르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OMR카드에 표기를 잘못해 수강신청이 되지 않은 것이라고. 그럴 때는 수강정정 기간에 신청하면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제 3의 물결! PC - 1997년

1997년 1학기 개강 초 동악에는 새로운 바람이 폭풍이 되어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PC이용 수강신청’. 종전의 OMR 카드 사용 시 있었던 혼란을 없애고 면학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1997년 1학기 수강 정정부터 학교 내 9개 실습실에 있는 450여대의 컴퓨터로 첫 PC 수강신청을 시작됐다. 시행 첫날엔 컴퓨터를 가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앙컴퓨터가 다운되기도 해 기다리는 학생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고.

PC를 이용한 수강신청으로 전환이 되며 가장 크게 바뀐 점은 강좌마다 수강인원 제한을 한 것과 그에 따른 수강신청 선착순 마감이다. 첫 번째 수강신청이 끝난 후 학생들의 반응은 “조작이 쉽고 OMR 카드보다 간편하다”와 “수강인원 제한으로 듣고 싶은 강의를 들을 수 없다”로 나뉘었다고 한다. 현재까지 이어지는 수강신청 전쟁의 전초전이 아니었나 싶다.

구시대적 수강신청 - 2000년대

인터넷이 집집마다 보급된 지금 컴퓨터를 다루는 세대에게 가장 관건이 되는 것은 바로 ‘스피드’다. 하지만 대부분 보통 사양의 컴퓨터와 함께한 이들은 비좁은 로그인의 관문을 뚫어내느라 진땀 흘린다. 더욱이 교양수업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면서 2000년 이후에는 수강신청 경쟁이 과열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수강신청의 아픈 기억을 쌓아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 비교해 우리는 10년 전 프로그램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서버의 용량이 부족하다는 원망 또한 매 학기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됐다.

웹으로 향하는 우리 - 2008년

내년부터는 학교가 추진하는 정보전략 계획에 따라 대우정보시스템이 구축하고 있는 웹수강신청프로그램을 이용해 수강신청을 하게 된다. 어디서든 인터넷 사용만 가능하다면 간편하게 실행할 수 있고 수강신청 프로그램을 실행하다 방화벽 제거를 하는 등의 귀찮은 일도 없다. 학교는 IBM의 서버 중 최상위에 속하는 P595를 구축하고 서버를 이중화 한다니 서버가 다운돼 수강신청이 중단되는 걱정은 덜었다. 새로운 수강신청의 풍경이 생겨나길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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