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자신도 모르게 생사를 거는 무한경쟁의 사회로 내몰리다보니, 어느 겨를에 오직 승자만이 선이요 능력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마음속에 자리 잡은 듯하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인간은 인격적 존재이기보다 그가 얼마나 상품적 가치를 가지고 있느냐로 평가되면서 자신의 상품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었다. 법이나 양심 같은 것에 구애받을 것 없이 자기를 잘 포장하여 자신의 상품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능력인 것처럼 왜곡되었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껏 하는 것을 자기실현의 삶처럼 곡해하기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지금 우리는 욕망을 억제하는 금기가 결여된 사회, 도덕과 양심이 부재한 사회, 죄의식이 병든 사회에 살고 있다.

만약 자기의 상품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과대 포장하는 것이 능력이라면 능력은 위선과 사기술에 지나지 않고, 남의 피해쯤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 자기실현이라면 자기실현은 결국 자기 파괴를 넘어 사회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사회는 사기에 의한 능력과 파괴적 자기실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덕질서를 세우는 것이 종교의 한 기능이라면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종교마저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걱정이고, 양심이나 도덕이 무너지면 법이라도 준엄한 잣대로 살아 있어야 할 터인데 그마저도 불신과 의혹으로 도전받고 있으니 걱정이다.

우리사회에서 개인의 뛰어난 능력의 준거처럼 인식되어 평가의 잣대가 되어왔던 학력이 거짓 포장되어 있었다는 것이 탄로 나기 시작한 것이 동국대의 신모교수 사건이다. 이 사건에 직간접으로 연루된 인사들이 있을 터인데 아직까지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이 침묵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려진 비양심의 병리적 현상이 남들의 들춤과 까발림이 아닌 자발적 고백으로 치유되기를 바란다.
 

성 열
강남포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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