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농활 체험기

사과대 학생들이 5월 5일부터 3박 4일로 전북 완주군 비봉면 원수선 마을에 농촌활동을 가게 되었다. 내가 사는 시끌벅적하고 공해가 심한 도시를 벗어나 한적하고 공기 맑은 농촌에 가 보고 그들의 일상을 함께 체험해 보고 싶었다.


첫째 날은 짐을 풀고, 앞으로의 진행일정과 역할분담, 지켜야 할 규칙 등을 의논했다. 나는 ‘짬장’이라는 조장을 맡아 3박 4일간의 식사를 준비했는데, 14인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밥이 덜 익어서 먹는 사람들을 고생시키기도 했지만,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을 보며 고마움과 뿌듯함을 느꼈다.


둘째 날부터 근로노동이 시작되었다. 밭고르기, 고추심기, 비닐하우스 만들기 등… 기계화가 많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아직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처음 하는 일이라 그런지 땀이 비 오듯 흐르고 금방 지쳤는데, 그 분들은 정말 능숙했다.


근로노동 후에는 아직도 협상중인 FTA에 관한 강의를 듣고 우리의 의견을 말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쌀 개방에 관한 부문이 제외되었지만, 아직도 여러 문제들이 있어 농민들은 분개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셋째 날, 농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을 잔치가 벌어졌다. 돼지머리 대신 귀엽게 돼지저금통을 놓고 올해의 풍년을 기원했다. 막걸리 한 잔과 함께 서로의 사는 이야기를 했고 그에 따라 분위기는 한층 더 무르익어갔다.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다음날 우리가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아쉬워 했다.


이 동네의 아이들은 중학생이 가장 큰 아이였고, 청·장년층이라는 분들은 대부분 65세 이상이었다. 농촌의 고령화 현실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마지막 날은 호별 방문을 통해 댁에 계신 어른들께 각각 인사를 드렸는데, 며칠 되진 않았지만 그새 정이 많이 들어 우는 할머니도 계셨다. 우리는 각자 생활로 돌아가 다시 바쁘게 생활하겠지만, 그 분들은 그동안 우리가 있었던 자리를 크게 느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길고도 짧았던 농촌활동을 체험하면서 내 자신과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일이 힘들고 내가 그동안 쉽게 살았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시간을 흐지부지 보내지 말고 무언가 할 때에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일상과는 다른 경험을 통해 과거의 삶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인생목표를 새로 설정하였다.


농활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그 힘든 농활을 왜 가냐, 왜 사서 고생을 하냐”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학생활을 하면서 농활이라는 것은 꼭 경험해볼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것, 어려운 것을 점점 피하고 싫어하는 요즘 우리들이 인생의 새로운 참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아주 좋은 계기이다.


이지선(사과대 사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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