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대 2학년 공순이는 지난주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지난달부터 이뤄진 원흥관 개선 공사 소음 때문에 수업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또한 졸업 예정자 대상 설문지를 대신 작성하고, 전공 수업시간에는 공학인증 학생평가를 대비한 교육을 받았다. 실험 수업에서는 실험 대신 단체로 실험실 청소를 했다. 공순이의 상황은 실제로 지난 주 우리학교 공대생들이 겪었던 일이다.

 


이는 어제부터 3일간 이뤄지는 공학인증 평가실사단 방문에 대한 준비가 급박하게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이다. 지난 10일 공과대의 한 조교는 “자료 관리시스템을 급하게 구축하는 실정이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공과대의 한 교수는 “인증을 위한 지원이 각 학과마다 400만원 안팎으로 적은 편이고 전문 인력이 부족해 교수에게 업무 부담이 가중돼 일부분 급하게 이뤄진 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일부 학과에서는 그동안 학생 지도 상담과 학습성과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난주에서야 평가를 의식해 학생들에게 개인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게 하고 상담에 대한 당부를 했다.


공학인증제도는 공학관련 학부에 이뤄지는 대학평가로, 실력을 갖춘 공학기술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설립된 인증제도이다. 우리학교는 2001년 첫 시행에서 공학인증 대학으로 선정되었다. 이후 삼성전자 등 기업에서 공학인증을 받은 지원자에게 취업 가산 혜택을 부여하기로 하자 대학사회에서 공학인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특히 올해에는 전년도에 비해 인증을 신청한 대학이 크게 늘어 평가가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공학인증제의 선봉이었던 우리학교가 부실한 준비 상황으로 경쟁에 뒤처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러한 준비는 비단 학교와 학과만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전병훈(전기공학) 교수는 “평소 학생들에게 지도 상담을 권유하지만 막상 연구실을 찾는 학생이 적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들의 노력도 공학인증의 충실도에 꼭 필요한 요소다.


좀 더 나은 교육환경을 구성하기 위해 마련된 공학인증제도가 단지 인증을 받기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주객전도의 위험에 놓여있다. 학교나 학과, 학생들은 평가단이 방문한다고 해서 ‘벼락치기’로 준비하는 것보다 평소부터 꾸준히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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