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 일본.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조선의 청년 진창현이 바이올린을 만들겠다고 할 때 그를 받아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포기를 하려니 바이올린을 만들고픈 바람이 너무 컸다.


바이올린 제작자들은 이렇게 귀띔을 해주었다.
“직접 만들어보지 않고는 소용이 없다. 책을 이용해서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소용이 없다. 무슨 일이든 기술은 이론보다 경험이다. 만들어라. 많이 만들어보아라.”


바이올린은 무엇보다 나무의 질에 좌우된다는 상식 하나만을 염두에 두고서 그는 온몸으로 하나씩 터득해갔다. 임도(林道)를 만드는 노무자로 일하며 나무를 살피고 모으고 연구하면서 무허가 판잣집에서 밤이면 바이올린을 만들었다.


가르쳐 주는 스승도, 동료도, 참고서도, 돈도 없는 그가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길은 무조건 제 손으로 제1호 바이올린을 만드는 일밖에 없었다. 제1호 바이올린은 소리도 모양도 엉성하기 짝이 없었지만 훗날 동양의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제작하는 바이올린 제작의 제일인자가 되는 첫 발자국이었다.


이리저리 조건을 따지고 재고 겁내고 체념하느라 인생의 제1호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회한을 품고 사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설령 그것이 그 즉시 형편없는 쓰레기로 치부되더라도 제1호를 무조건 만들어내라고 젊은 동악의 친구들에게 당부한다. 그래야 2호, 3호가 나오고, 마침내 명품이 나오지 않겠는가.

 
이미령
역경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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