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부터 단 한 번도 나의 미래에 대해서, 꿈에 대해서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생각이 없었던 것이었는지, 확신 때문 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정치인이 되고 싶었고, 올바른 행정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었다. 대학교 2학년이 된 지금, 내가 고수해온 꿈이 본질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행정학과에 진학하면서 행정학이 공익을 위한,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 줄 수 있는 학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뿌듯했고 행정을 공부하는 것이 정말 즐거울 것이라는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대학에서 행정은 내가 아는 행정이 아니었다. 공무원 시험의 한 과목이었다. 그 과목을 공부하고 있는 것이 지적성숙이 아닌 미래를 위한 수단이었다. 물론 내가 장차 하고자 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지만, 과목 자체가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었다는 생각에 회의를 느꼈다. 사실 행정을 배워 공무원이 되는 것도 지금 생각해 보면 본래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함보다 내가 성공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을 한다. 모든 것이 그 자체로서의 즐거움, 보람이 아니라 모두 수단으로서의 존재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그리던 미래에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고, 엄청난 공무원 시험 경쟁률 역시 진저리를 치게 한다. 모로 가든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고시만 붙으면 된다는 말로 들린다. 꿈만 먹고도 배부를 줄 알았던, 내 미래를 위한 밑바탕이 될 줄 알았던 대학 생활이 미래에 대한 압박으로 느껴진다.
사실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방안은 아직 없다. 하지만 한 걸음씩 방향을 바꿔보려 한다.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에 정성을 쏟고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려 한다. 그러다 보면 내가 이루고 싶었던 일들을 이룰 수 있겠지. 매 순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채워야겠다.


이예리(사과대 행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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