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교수간의 거리 좁혀져야

경영학과 2학년 A양은 최근 수업을 들으며 자신이 전공 결정을 잘못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 데에 경영학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해 경영학과를 지원했지만 전공에 대한 사전 정보가 부족했던 것 같기 때문이다. 친한 선배들로부터 전공공부와 진로에 대한 의견을 듣는 동기들도 있지만 400여명의 신입생이 4개의 가전공으로 나뉘는 경영학부에선 A양처럼 학과생활로부터 소외된 학생들이 적지 않다. 이처럼 학업에 관한 의문뿐만 아니라 대학생활에 대한 조언이 필요할 때 학생들은 학교에서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학생 본인의 학업지도교수가 아닐까.


신입생과 재학생을 막론하고 많은 학생들이 중ㆍ고등학교 때와는 다른 대학생활에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지식이 아닌 학문을 접하면서 느끼는 어려움과 스스로 학업이수계획을 세워야 하는 등의 막막함 때문이다. 이런 고민은 과거 학과제가 운영되던 때 학과 행사 등에서 교수, 선배와의 만남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됐지만 지난 1996년 각 대학들이 학부제를 도입한 이래 상황은 달라졌다. 학생-조교-교수로 연결되던 관계가 해체되면서 학생과 교수간의 교류는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고, 그러는 사이 대학의 문화는 개인화ㆍ파편화되었다.


많은 학내구성원들은 이 문제를 학생들이 각자 알아서 해야 하는 일로 취급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자신의 학업이수계획을 스스로 잘 관리하고 있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보다 실질적인 지도교수의 역할이 절실하다.


현행 학업지도교수제는 각 단과대에서 교수에게 지도학생을 일괄적으로 배당하고, 그 이후의 학생 관리는 교수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학기 초 강의계획서 등을 통해 상담시간을 공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이상의 학생지도는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지도교수를 어떻게 생각할까? 대부분의 학생들은 중ㆍ고등학교의 담임교사와는 달리 ‘교수’라는 존재에 대해 부담감을 느껴 방문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이승진(정외3) 양은 “학생들 전반적으로 지도교수님을 찾아뵙는 일은 거의 없는 듯하다”며 “우수장학신청 기간에 신청서를 지도교수님께 내도록 되어있지만 현재는 과사무실에서 접수받는 일이 많다 ”고 했다.


하지만 교수들은 학생들의 참여부족을 지적했다. 곽문규(전기공학) 교수는 “공대의 경우 학생들이 각 학년별 이수해야 하는 과목을 제대로 수강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이메일과 개인연락처를 통해 면담약속을 잡아도 실제로 찾아오는 학생은 10명 중 2명 정도 뿐”이라며 “요즘 학생들은 대학에 온 이유나 목적에 대해 분명하게 생각해 본 기회가 적어 지도교수의 필요성을 잘 못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적극적으로 지도교수님을 찾아가 도움을 얻는 학생도 있다. 이준용(불교2) 군은 “지도교수님을 통해 전공에 대한 이해와 진로에 대한 방향을 잡게 되었다”라며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교수님과 대화를 하려 할 때 교수님도 학생을 좀 더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학교 측도 현행과 같이 유명무실해진 지도교수제를 보완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현재 적은 비용으로도 학생에 대한 교수의 지도기회를 늘릴 수 있는 Fresh man seminar, Junior seminar, Mentor seminar 강좌를 시행 중이다. 이번학기에 도입된 이 면대면 강좌는 정규교과과정 외에 교수가 원하는 주제로 수업을 기획해 개설한다. 각 주제에 관심을 가진 소수의 학생들과 교수의 의사소통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장점을 가져 앞으로 학생들의 참여확대가 기대된다.


우리학교의 경우 교수 1인당 배정된 지도학생 수는 적게는 10명 내외부터 많게는 50명에 이르기까지 그 격차가 크다. 학과 당 학생과 교수 비율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심층적인 지도가 이뤄지기 위해선 학생 수의 조정이나 별도의 학생생활지도 상담원 충원 등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입학직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지도교수제에 대한 소개와 가이드북을 제작, 교육하여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지도교수와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게 하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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